매년 진행하던 합동차례 등 행사 올스톱…"지원 더 필요"
탈북민 '코로나 설날'…"혼자보내니 고향생각 더 커져요"
"명절이면 탈북민들끼리 모여 북녘땅 보면서 외로움을 달래곤 했는데, 올해는 그럴 수도 없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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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 첫 설 명절이 찾아오지만 정부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명절이면 함께 모여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탈북민들은 한층 더 쓸쓸한 설날을 보내게 됐다.

북한을 떠난 지 18년째인 탈북민 박모씨는 지난해 설날 임진강 근처에서 진행된 합동 차례에 참석해 다른 탈북민들과 함께 명절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차례가 취소되면서 별다른 계획 없이 설을 맞게 됐다.

박씨는 10일 "명절이 되면 북에 두고 온 동생들 생각이 유독 많이 난다"며 "합동 차례에서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북녘땅을 보면서 눈물도 흘리고, 서로 보듬어 주곤 했는데 올해는 그럴 수 없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종교단체나 민간 탈북단체에서 마련하던 명절맞이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교회 등에 모여 장기자랑을 하거나, 음식을 나눠 먹으며 명절 분위기를 내던 탈북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07년 홀로 한국에 온 방모씨는 "작년에는 교회에서 북한 떡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울적한 마음을 달랬다"며 "코로나 시국이라 행사가 취소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탈북민 '코로나 설날'…"혼자보내니 고향생각 더 커져요"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행사를 전환하는 사례도 늘었다.

영등포구의 에스더기도 운동본부는 올해 '설날 탈북민 노래자랑 대회'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탈북민 구출 정착 지원단체인 링크(LiNK) 또한 탈북민들이 명절에 볼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노엘 링크 탈북민 정착지원부 코디네이터는 "그간 명절 행사가 규모도 크고 반응도 좋았는데 올해에는 코로나 사태로 어쩔 수 없이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며 "한국에 오신 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은 화상프로그램 조작에 어려움이 많아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유튜브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적인 대면 행사가 줄어든 만큼 탈북민들에 대한 다른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탈북민 출신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혼자 지내는 탈북민들이 많다 보니 명절이면 안 좋은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며 "요즘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물품 지원이나 비대면 행사 등 직·간접적인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