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가격 25% 급등
변동성 더 커질 가능성도
9일 오후 4시(한국시간)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4만820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테슬라 소식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3만8000달러 안팎이었는데, 하루 만에 1만달러가 뛰어올라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 시세는 사상 처음으로 5000만원을 돌파했다.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36분 500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4시께 5099만원까지 치솟았다. 전날 4200만원 언저리였으니 하루 새 9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24시간 거래되고 국가마다, 또 거래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데는 암호화폐에 대한 낙관론 지속, 위험자산 선호현상 강화 등의 원인도 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업계는 환영 일색이다. 암호화폐거래업계 관계자는 “페이팔, JP모간, 골드만삭스 등에 이어 테슬라까지 시장에 들어왔다는 점은 암호화폐 가치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창업자는 블룸버그TV에 나와 “미국의 다른 기업들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달러 약세를 헤지(위험 회피)하기 위해 테슬라처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열혈 광팬’의 지지를 받는 테슬라 같은 업체들의 진입이 시장을 과열시키고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칫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암호화폐 옹호론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달 30일 머스크가 트위터에 암호화폐 지지 발언을 남긴 뒤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13% 뛰었다. 머스크가 언급했다는 이유로 인지도가 낮은 ‘도지코인’이라는 암호화폐조차 폭등하는 일도 있었다.
시세가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코인 수×가격)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올해 첫날 5460억달러이던 것이 지난 8일 8603억달러로 불어났다. 테슬라의 시총(8184억달러)을 웃도는 수준으로 덩치가 커졌다.
이날 증시에서는 ‘비트코인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가 14.63%, 빗썸 주식을 들고 있는 비덴트가 6.41% 상승했다. 자회사 옴니텔을 통해 빗썸 지분을 갖고 있는 위지트(29.9%)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고 장을 마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