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원룸 등을 운영하는 임대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보증제도에 가입해야 합니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인데요.

가입하지 않으면 징역까지 살 수 있도록 했는데, 현재 상황대로라면 임대인들이 대거 범법자가 될 우려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신인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나온 부동산 대책 이후 모든 임대사업자들은 보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다세대주택 한 채로 원룸을 놓는 임대인 A씨는 지난 8일 주택도시보증공사, HUG로부터 보증 가입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많은 임대사업자들이 아랫층은 세를 놓고 꼭대기층은 본인이 거주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화근은 주인이 사는 층은 임대매물로 등록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존 법이었습니다.

A씨의 다세대주택엔 공동담보가 설정되어 있는데, 공사에서 주인 세대가 사는 꼭대기층은 임대사업용 물건이 아니니 공동담보를 분리하지 않으면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한 겁니다.

[A씨 / 임대사업자 : 대출은 공동담보이기 때문에 전체 세대가 설정이 된다고요. 이런 상황이, (임대사업자들) 대부분의 상황이 이럴 텐데...]

HUG는 "신청매입임대주택 이외에 다른 물건(상가, 토지)과 공동담보되어 있는 경우 보증대상이 아닌 물건은 담보설정 분리 후 취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담보를 분리하라는 말은 결국 새로운 대출을 일으켜 기존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가 심해진 상황에 더해, 빚을 내 집 한 채로 세를 놓아 노후를 대비하는 영세 사업자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난해 8월 법개정 이후 반 년 가까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보증보험 가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겁니다.

또다른 문제는 대응 인력이 부족해 보증보험 가입에 걸리는 시간이 지금도 두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임대사업자는 계약을 석 달 안에 신고하지 않으면 세제 환수까지 감수해야 하는데, 기존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을 하게 될 오는 8월부터는 `보증 대란`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B씨 / 임대사업자 : 지금 HUG에 방문하면은 많은 임대사업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기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걸리고, 서류를 접수하는데 대응하시는 직원분들이 접수를 받아놓고 심사는 그 자리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HUG는 "현재 보증발급이 일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발급채널 확대를 위한 비대면 보증가입 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에 있다"는 입장입니다.

가입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은 만들어졌지만 정작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은 제대로 고쳐지지 않는 모순,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아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담보 문제에 접수 지연까지…"보증제도, 임대인 범법자 만든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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