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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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활용을 둘러싸고 미국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애플이 자사 스마트폰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페이스북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가 주요 매출원인 페이스북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시작은 애플이 내놓은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정책이다. 애플은 2012년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 IDFA(ID for advertisers)란 일종의 추적 소프트웨어를 내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외부 앱 개발자가 이용자의 앱 사용 빈도, 방문하는 웹사이트 등 광고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이용자가 설정 기능에서 IDFA의 구동을 멈출 수 있지만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작년 6월 애플은 연례 개발자 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모바일 운영체제(OS) iOS14부터 사용자에게 일일이 개인정보 허용 여부를 묻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개발자들이 앱에서 수집하는 데이터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공개하기로 했고 올해 상반기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하기 전 사용자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애플의 정책 변화로 타격을 받는 것은 페이스북처럼 타깃 광고를 주요 매출로 삼는 기업이다. 이들은 이용자의 검색 내역과 앱 이용 기록 등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데이터 수집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새 정책 시행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비난하는 광고를 냈다. 페이스북은 “세계 모든 곳의 소상공인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가 수백만 소상공인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팀 쿡 애플 CEO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어떤 기업이 이용자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데이터를 남용해 선택권을 제한한다면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페이스북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달부터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앱을 실행하면 검색 활동과 웹사이트 방문 기록 추적을 허용해달라는 팝업창을 띄우고 있다. 개인 관심사를 반영한 맞춤형 광고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페이스북의 입장이다. 반독점 소송까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의 기저에는 두 회사의 완전히 다른 수익 구조가 있다. 애플의 매출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하드웨어 판매 수익과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TV 등 서비스 수익 등으로 구분된다. 애플의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애플에 돈을 낸다. 이에 비해 페이스북의 매출 절대다수는 광고주들로부터 나온다. 이용자는 광고를 보는 대신 페이스북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가 쇠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