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휴일 전격 인사…"윤석열 의견 들었다"vs"총장 패싱"
법무부가 휴일인 7일 대검찰청에 사전 통보 없이 검사장급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인사안을 구체적으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인사를 발표했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고, 법무부는 검찰 조직안정을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사장급 인사 발표 계획이 처음 알려진 건 낮 12시 20분께.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오후 1시 30분께 인사안이 발표됐다.

대검 측은 이날 인사 발표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법무부는 인사 발표 직전 대검 측에 확정된 인사안을 전달하려 했지만, 대검 측은 이미 완성된 안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인사안이 확정되기 전에 인사 초안이나 인사 발표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는 이번 주 초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법무부 측은 예고 없는 인사 발표에 대해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검찰 조직의 안정이라는 인사 취지를 해할 우려가 있어서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며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 의견청취 절차를 실질화했다"며 "장관이 2차례에 걸쳐 총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검찰법상 절차를 지켰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문서로 개별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검사장 인사를 기습적으로 확정·발표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과 5일 윤 총장을 2차례 만났지만 이 자리에선 주로 인사 기준과 원칙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은 이후 법무부가 구체적인 인사안을 문서로 보내오면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었다.

윤 총장 측 한 인사는 "전체 인사 규모, 어떤 인사를 어디로 보내는지 등 최종 인사안을 보내지도 않고 무슨 의견을 다 들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형식적 의견 청취이지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이 검찰총장을 두 번 만났다는 형식보다는 검찰총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 내용이 중요하다"며 "검찰총장을 건너뛴 기습 인사 발표는 추미애 장관 때보다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 발표로 향후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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