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 장치도 올해 완공 어려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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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문가들 "테스트는 물론 설치도 안 끝났는데…일정 비합리적" 결론
사업단 "8월 시운전 목표…해외 가속기 전문가들 참여시켜 평가 받을 것"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장치(SCL3)마저도 올해 안에 완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해외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은 올해 안에 SCL3 빔 인출까지 끝낸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실현이 어렵다고 봤다.
5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해외 자문 내용을 보면 5명의 해외 자문위원 가운데 4명이 사업단의 타임 테이블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가속기 구축사업 점검단(총괄위원장 조무현 포스텍 명예교수)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핵물리국립연구소(INFN), 일본 고에너지가속연구소(KEK), 스웨덴 유럽파쇄중성자원(ESS)·웁살라대학교, 미국 에프립(FRIB) 등 해외 가속기 전문가들에게 라온 진행 상황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야마자키 요시 에프립 박사는 "준비 상태를 평가해달라고 하셨는데, 제 대답은 준비라는 말의 정의에 달려 있다"며 "미국 에프립이나 일본 J파크 가속기에서 준비의 의미는 빔 인출만 제외하고 모든 가속기 구성요소의 건설이 끝나 테스트가 가능한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빔 인출은 모든 점검이 끝나고 승인까지 난 뒤에야 이뤄지는 것이고, 단계별 평가가 끝나야 비로소 준비가 됐는지 여부를 말할 수 있다"며 "빔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가속기 부품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제 대답은 'No'라고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알베르토 파코 INFN 박사도 "장기적인 QWR 가속모듈 성능 실험에서는 '중대 문제 없음'으로 보고됐으나, 12시간 테스트에서 2개의 심각한 빔 손실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론해보면 343개의 가속관에서 하루 1천372번의 오작동이 발생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가속기 이용자 시설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QWR은 저에너지 가속장치에 쓰이는 초전도 가속 모듈 타입으로, 다른 타입으로는 HWR 가속 모듈이 있다.
로저 루버 웁살라대 박사는 "29개의 HWR 가속 모듈의 조립이 남아있고, 이 가운데 28개는 6개월 안에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며 "기한 내에 맞추려면 대략 일주일에 한 개의 가속 모듈을 테스트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역시 단 한 번의 우연이나 실패도 없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하다"며 "지금 선형 가속기의 모든 부품이 테스트는 물론 설치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빔 인출을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카코 에이지 KEK 박사 역시 "올해 6월까지 HWR·QWR 가속 모듈 설치를 끝내고, 10월에는 QWR 가속 모듈의 빔 인출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 스케줄이 진짜 합리적인 것이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가속기 구축사업 점검단은 지난 2일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는 구축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며 올해까지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간만 끝내거나, 사업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예산을 1천444억원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저에너지 가속장치는 성능 시험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숙 전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연구위원은 "해외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를 보면 올해 말까지 저에너지 구간마저도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해외 전문가로 실사단을 꾸려 이미 구축된 장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성능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영관 사업단 부사업단장은 "신동지구뿐만 아니라 문지동 KAIST 캠퍼스에도 성능 시험 시설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개의 가속관 모듈을 테스트하는 것이 어려운 일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상치 않았던 문제나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빠듯한 일정이지만 대응 시나리오 등을 준비해 올해 안에 빔 인출까지 끝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오는 8월까지 가속기 구성 장치 설치를 끝내고 빔 인출 전 단계인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외 가속기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직접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라온은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heavy ion)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 핵물리·물성과학·의·생명 등 기초과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1조 5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2011년부터 시작된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지만, 세 차례 기본계획이 연장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단 "8월 시운전 목표…해외 가속기 전문가들 참여시켜 평가 받을 것"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장치(SCL3)마저도 올해 안에 완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해외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은 올해 안에 SCL3 빔 인출까지 끝낸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실현이 어렵다고 봤다.
5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해외 자문 내용을 보면 5명의 해외 자문위원 가운데 4명이 사업단의 타임 테이블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가속기 구축사업 점검단(총괄위원장 조무현 포스텍 명예교수)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핵물리국립연구소(INFN), 일본 고에너지가속연구소(KEK), 스웨덴 유럽파쇄중성자원(ESS)·웁살라대학교, 미국 에프립(FRIB) 등 해외 가속기 전문가들에게 라온 진행 상황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야마자키 요시 에프립 박사는 "준비 상태를 평가해달라고 하셨는데, 제 대답은 준비라는 말의 정의에 달려 있다"며 "미국 에프립이나 일본 J파크 가속기에서 준비의 의미는 빔 인출만 제외하고 모든 가속기 구성요소의 건설이 끝나 테스트가 가능한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빔 인출은 모든 점검이 끝나고 승인까지 난 뒤에야 이뤄지는 것이고, 단계별 평가가 끝나야 비로소 준비가 됐는지 여부를 말할 수 있다"며 "빔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가속기 부품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제 대답은 'No'라고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알베르토 파코 INFN 박사도 "장기적인 QWR 가속모듈 성능 실험에서는 '중대 문제 없음'으로 보고됐으나, 12시간 테스트에서 2개의 심각한 빔 손실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론해보면 343개의 가속관에서 하루 1천372번의 오작동이 발생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가속기 이용자 시설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QWR은 저에너지 가속장치에 쓰이는 초전도 가속 모듈 타입으로, 다른 타입으로는 HWR 가속 모듈이 있다.
로저 루버 웁살라대 박사는 "29개의 HWR 가속 모듈의 조립이 남아있고, 이 가운데 28개는 6개월 안에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며 "기한 내에 맞추려면 대략 일주일에 한 개의 가속 모듈을 테스트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역시 단 한 번의 우연이나 실패도 없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하다"며 "지금 선형 가속기의 모든 부품이 테스트는 물론 설치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빔 인출을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카코 에이지 KEK 박사 역시 "올해 6월까지 HWR·QWR 가속 모듈 설치를 끝내고, 10월에는 QWR 가속 모듈의 빔 인출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 스케줄이 진짜 합리적인 것이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가속기 구축사업 점검단은 지난 2일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는 구축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며 올해까지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간만 끝내거나, 사업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예산을 1천444억원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저에너지 가속장치는 성능 시험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숙 전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연구위원은 "해외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를 보면 올해 말까지 저에너지 구간마저도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해외 전문가로 실사단을 꾸려 이미 구축된 장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성능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영관 사업단 부사업단장은 "신동지구뿐만 아니라 문지동 KAIST 캠퍼스에도 성능 시험 시설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개의 가속관 모듈을 테스트하는 것이 어려운 일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상치 않았던 문제나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빠듯한 일정이지만 대응 시나리오 등을 준비해 올해 안에 빔 인출까지 끝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오는 8월까지 가속기 구성 장치 설치를 끝내고 빔 인출 전 단계인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외 가속기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직접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라온은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heavy ion)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 핵물리·물성과학·의·생명 등 기초과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1조 5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2011년부터 시작된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지만, 세 차례 기본계획이 연장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