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잇따라 진화 나섰지만
직원들은 동요하며 여전히 불만
이 사장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성과급 논란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사장은 “성과급 수준이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올해는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좋은 성과를 내서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필요하다면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성과급 논란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해 임직원들과 나누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 사장까지 ‘직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경영진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성과급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8일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한 게 발단이 됐다. ‘연봉의 20%’ 수준인데 삼성전자 DS부문 직원 성과급(연봉의 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SK하이닉스의 작년 영업이익은 5조126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18조8100억원)보다 14조원 정도 적다. 하지만 절반 수준인 직원 수와 3분의 1에 그친 시설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선전한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방식’도 직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4년차 직원은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 인사팀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유포하는 행위는 사규 위반에 해당한다”며 엄포를 놨다. 경쟁사보다 낮은 임금과 복지 혜택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온 직원들의 실망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지난해분 성과급을 ‘연봉의 20%’로 책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2020년 실적은 2019년보다 개선됐지만 성과급 산정 기준인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영업이익 5조원에서 법인세 등을 제한 금액의 20%를 산정한 것”이라며 “EVA는 매년 달라지며 선제 투자 확대로 인해 당장 EVA가 양호하게 나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잇따라 ‘경력직원 채용’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 직원 이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업종의 핵심 경쟁력은 인재”라며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글로벌 수준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