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자동차의 P플랜(단기 법정관리·Pre-packaged Plan)에 대한 최종 결정을 미룬 채 산업은행의 거액 지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산은은 사업성이 담보된 회생계획안이 있어야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맞서면서 쌍용차의 미래가 걸린 P플랜의 향배가 주목된다.
최대현 산업은행 선임 부행장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잠재적 투자자는 1월 중순 이후 쌍용차 자료 제출이 늦어짐에 따라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을 못 하고 출국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구체적인 회생 계획안이 나오지 않아 검토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HAAH오토모티브가 P플랜 동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HAAH오토모티브 측은 애초 지난달 22일까지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등과의 협상을 끝내고 출국할 예정이었다.
쌍용차 지분 매각 협상은 결국 틀어졌고, HAAH오토모티브는 지난달 말까지 출국을 미루고 P플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에는 감자를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 지분율(현재 75%)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5천만달러(약 2천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로 올라서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에 투자하는 자금만큼의 산은 지원을 요구했다.
안영규 산은 기업금융부문장은 "잠재적 투자자 측이 채권단 앞에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HAAH오토모티브가 투입한 자금은 신차 개발 등 쌍용차의 미래 전략을 위해 쓰고 운영자금 등은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HAAH오토모티브 측이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강조하는 쌍용차 미래를 위해 2천800억원 가량을 투입할 테니 현재 어려움을 극복할 2천800억원은 산은이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P플랜마저 무산되면 산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포석으로도 읽힌다.
P플랜이 불발되면 쌍용차의 파산이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중소 협력업체들의 줄도산도 예상된다.
산은은 다만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책임은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있다며 벌써 선을 긋고 있다.
안 부문장은 쌍용차가 파산하면 산은이 조기에 지원하지 않은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는 질문에 "쌍용차의 부실화 원인은 대주주의 경영 실패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왜 산은의 책임인지 반문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HAAH오토모티브가 산은 지원이 없는 P플랜을 꺼리는 만큼 일단 공은 산은으로 넘어온 모습이다.
산은은 사업성이 담보된 회생 계획안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쌍용차와 HAAH오토모티브가 계획안을 짜오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측이 P플랜을 두고 '핑퐁 게임'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분위기다.
현재 P플랜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이는 까닭에 결국 산은이 P플랜 성공을 위해 대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쌍용차와 HAAH오토모티브, 산은 등이 마련한 최종 회생 계획안이 법원에 제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산은은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고 있다.
최 부행장은 "만약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하거나 사업 타당성 미흡으로 P플랜 진행이 불가하면 통상의 회생 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한 정상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