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 지켜보는 일 고통…새삶 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2008년 영국 정착…한국 외 나라서 탈북민 공직선거 출마 첫 사례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박지현씨, 영국 구의원 선거 도전장
탈북민 여성이 영국의 구(區)의원 선거에 도전해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오는 5월 치러지는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 소속으로 잉글랜드 그레이터맨체스터주 베리 자치구의 홀리루드 워드(ward)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인권운동가 박지현(52)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박 후보는 2008년 영국에 난민으로 정착해 2017년부터 탈북 여성과 북한 아동의 인권보호 등을 목표로 한 민간단체 징검다리의 공동대표로 활동해왔다.

탈북민이 한국 이외 나라에서 공직 선거에 출마한 사례는 박 후보가 최초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앞서 전한 바 있다.

그는 텔레그래프에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주민분들이 나를 환영하고 도와주셨는데, 언제나 그들에게 감사할 것"이라며 "그들은 나한테 도전, 기회와 새 삶을 줬다.

이제 이들에게 도움을 갚을 수 있다"라고 출마 배경을 전했다.

자신이 도전하는 구의원직은 정치인보다는 '지역사회 지도자'에 가깝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해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정말로 어려운 한 해였다.

나는 매일같이 앉아서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 듣는다"라며 "북한에서 시신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본 나로선 정말로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박지현씨, 영국 구의원 선거 도전장
북한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박 후보는 1990년대 후반 북한 식량난 때 탈북을 시도했다.

그는 인신매매 업자로부터 중국의 한 농부에 약 500파운드(약 76만5천원)에 팔렸고, 5년간 중국 당국의 눈을 피해 있다가 결국 붙잡힌 후 북송돼 강제노동 수용소에 갇혔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박 후보는 당시를 회고하며 "동물 취급을 받았다"라면서 "산속에서 신발도 신지 않고 일했는데, 돌과 유리 조각 등에 발이 베여 피나는 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발에 난 상처가 곪아 노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석방됐다고 했다.

이후 다시 중국으로 넘어간 그는 2008년 난민 자격을 얻어 영국에 정착했다.

박 후보는 인권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가 수여하는 '앰네스티 브레이브 어워즈'를 수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