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전작권 전환 속도 내려던 문재인 정부 구상 '험로'
미 "전작권 전환은 조건충족시"…'서두르자' 한국에 반대
미국 국방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서두르자는 한국 측 입장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전작권 전환에 신중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서면 질의에 "전작권은 상호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환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 한국이 상호 동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병력과 인력, 그리고 그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특히 "특정한 기간(specific timeframe)에 대한 약속은 우리의 병력과 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병력과 인력,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히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부를 바꾸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전작권 전환 관련 첫 공개적 입장이다.

그동안 바이든 정부에선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입장만 있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상원 인준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우리 군은 한미동맹 기반하에 전작권 전환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합훈련과 (미래연합사) FOC 검증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게 그나마 구체적 입장이었다.

특히 이번 입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27일 간담회에서 "나의 재임 기간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되겠다"고 한 데 대해 즉각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응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 장관이 언급한 '진전된 성과'와 관련, 내년 5월인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전작권 전환 연도'를 미국 측과 합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에 미국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바이든 정부 출범을 계기로 관련 협의에 속도를 내려던 한국 정부로서는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당초부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 다른 현안에 집중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멈추지 않는 등 불안정한 한반도 안보 상황도 전작권 조기 전환에 부정적인 요소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국방부는 미측 입장에 대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전작권 전환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선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 장관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앞당기거나 확정하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한미 간 합의한 사안이고, 이를 위해 조건을 평가하는 것이니 한미의 입장에 결국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