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8명 조사선상에…경찰 윗선에 외압 가능성도 조사
`이용구 영상 묵살' 거듭 사과…"국민께 죄송하다"
경찰이 29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담당 수사관이 확인하고도 묵살한 의혹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기존에 설명했던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뒤늦게 확인된 것에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이달 25일에도 "작년 연말에 해당 사건에 관해 언론에 설명해 드렸는데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국민들께 상당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경찰은 그동안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는 취지로 밝혀 왔지만,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작년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담당 수사관을 대기 발령하고 관련 의혹을 조사하는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경찰은 "사건 담당자가 해당 영상을 본 사실이 있었다는 내용을 파악한 즉시 지난 23일 오후 9시 수사차장 주재로 회의를 열었다"며 "당일 1차 감찰 조사를 통해 허위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24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총 13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에는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단원들의 소속과 직책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경찰은 사건 관계인들 조사와 관련해 "당시 서초서장, 형사과장, 형사팀장 등 경찰 8명을 광범위하게 다시 조사하고 있다"며 "사건 관련자들의 통화내역, 휴대전화, 사무실 컴퓨터를 본인 동의하에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까지 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백지상태에서 처음부터 복기하고 있다"며 최초 출동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파출소 경찰관들도 진상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관련자의 진술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일부 뉘앙스에서 차이 나는 부분이 있다"며 "통화 내역과 포렌식 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피해자인 택시 기사와 블랙박스 업체 사장까지 조사했고 해당 영상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서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재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택시 기사를 조사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정 변경이 생겨서 조사단이 꾸려져 출동한 경찰관부터 내사종결 이후까지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용구 차관 측은 아직 접촉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고 했다.

경찰은 또 수사 단계에서 경찰이 이 차관의 신분을 파악한 경위를 비롯해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 경찰 윗선에 외압이 들어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사건 당시 경찰 고위층과 접촉한 일이 있느냐는 의혹을 거듭 부인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