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비밀주의에 역량 한계 감추기 급급한 것 아니냐 지적

제주의 한 카지노에서 145억원이 넘는 거액이 사라져 관련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만, 사건의 실체는 보름이 넘도록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과 위상이 강화된 경찰이 이에 걸맞은 수사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지노 145억원 증발 수사 장기화 전망…주 피의자 행방 묘연
22일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3억원을 발견하고, 이 사건 공범인 30대 중국인 남성을 체포했다.

제주경찰청은 그러나 이 돈이 체포된 남성과 관련돼 있다면서도 정확히 어디서 발견됐는지는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이 공범이 체포 장소 역시 비밀에 부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서귀포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섰지만 신고 접수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 피의자 A씨와 또 다른 30대 중국인 공범의 행적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밝힌 이 사건 피의자는 랜딩카지노에서 자금을 관리하던 말레이시아 국적의 임원 A(55)씨다.

A씨는 랜딩카지노의 모 회사인 홍콩 란딩인터내셔널 소속으로, 랜딩카지노에서 자금 회수를 담당해왔다.

중국인 공범인 B씨와 C씨는 카지노에 VIP 고객을 소개하는 에이젠트 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을 뿐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공범 B씨 외 또 다른 공범인 C씨 역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C씨는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 관련 추가 공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특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내에서 체포된 공범 B씨가 사건과 관련한 진술을 회피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 열쇠가 될 B씨의 진술 회피로 경찰이 해외로 도주한 A씨와 B씨를 이른 시일 내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경찰이 주 피의자로 특정한 A씨가 실제 범행을 주도했는지도 미궁인 상황이다.

경찰은 랜딩카지노 물품보관소 내 VIP 전용 금고와 A씨가 머물렀던 제주시 모처 등에서 130억원 가까운 돈을 발견했으나 그 돈이 사라진 돈의 일부라고 추정할 뿐 단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설령 이 돈이 사라진 돈의 일부가 맞는다고 해도 피의자가 잡히지 않는다면, 이 돈의 출처와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찰은 외국으로 도주한 피의자들을 잡기 위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인터폴에도 적색수배를 요청했으나 아직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찰청 본청은 수사 지위보다는 수사 내용을 가리기만 급급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본청이 오보와 추측성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진행된 제주경찰청 브리핑을 지적하는가 하면, 브리핑에 나섰다는 이유로 이 사건 담당자들을 문책해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맡은 첫 임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력을 보여줄 첫 심판대에 올랐지만, 보름이 넘도록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비밀주의만 고수하자 수사 역량의 한계를 감추기 위한 입단속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사라진 145억6천만원이 란딩인터내셔널의 비자금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퍼지는 등 관련 의혹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되레 이 사건 피해자인 랜딩카지노가 비난을 받고 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과오를 감추기 위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