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현실에서는 휠체어에 의지한 장애인이지만 뇌파에 연결한 프로그램을 통해 행성 판도라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지닌 전사로 활약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공상과학(SF)영화 ‘아바타’에서 보여준 미래다. 신체의 한계를 넘어 뇌가 의도한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은 지금 가장 뜨겁고 치열하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신간 ‘뉴로제너레이션’은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은 뇌를 최대한 활용해 인류의 삶을 바꾸려는 뇌신경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저자인 탠 리는 뇌신경과학 분야의 대표적인 개척자로 꼽힌다. 신경정보과학 기업 이모티브(EMOTIV)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서 뇌와 관련된 전 세계 연구자, 개발자들과 고객이 혁신에 동참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사용자의 뇌파를 읽어 생각만으로 가상현실 속 물체를 조종하는 헤드셋 장치를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뇌신경과학이 혁신을 가져다주는 시대, 즉 뉴로제너레이션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헤드셋을 쓰는 것만으로도 악기 연주 능력이 향상되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해도 차를 운전한다.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소리로 색깔을 보는 일, 뇌과학의 발전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진보다. 저자는 정신건강, 뇌파 연구, 사이보그, 로봇, 인공지능(AI) 등 뇌과학이 지금 실현하고 있고 도전 중인 분야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특히 메스를 대지 않고 세포 단위로 뇌를 수술해 치매로 잃어버린 기억을 살리려는 시도는 뇌과학이 열어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뇌과학이 불러온 혁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특정 계층이 아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수십만 명이 아니라 수억 명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그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입장에서 뇌과학이 열어줄 미래와 문제점까지 함께 고민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