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작업 중 사고로 오른팔이 잘린 남성의 팔 이식 수술이 성공했다. 2018년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된 뒤 성공한 첫 수술이다.

홍종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 성형외과 교수와 최윤락 정형외과 교수, 주동진 이식외과 교수는 업무 중 오른팔을 다친 남성에게 뇌사기증자의 팔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식 수술을 받은 최모씨(62)는 2년 전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몇 개월 뒤 최씨는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를 찾아 의수 치료 등을 받았지만 활동에 제한이 있어 팔을 이식 받길 원했다.

국내서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된 것은 2018년 8월이다. 절단된 뒤 최소 6개월이 지나야 이식을 받을 수 있다. 심장과 간, 신장, 폐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가 발생해야 손·팔을 기증받을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최씨의 일상생활 제약 등 평가를 거쳐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이식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이달 초다. 심장이 멈춘 뒤 뇌가 회복하지 못할 상태로 망가져 뇌사 판정을 받은 뇌사자의 가족이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장기 및 조직을 기증키로 했다.

손·팔 이식은 뼈와 근육, 힘줄, 동맥, 정맥, 신경, 피부를 접합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혈액형이나 교차반응 등 이식에 필요한 면역검사는 물론 팔의 크기나 피부색, 연부조직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를 구하기 힘들다.

수술은 지난 9일 오후 1시30분부터 약 17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최씨는 손목 바로 위 부분이 절단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남아있는 근육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면역거부반응이나 다른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로 재활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홍 교수는 "환자의 팔 중 기능이 유지되는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이식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이번 수술은 성형외과팀과 정형외과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2015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당시에 손발을 맞췄던 팀이다. 홍 교수팀이 최 씨의 아래팔 절단부에서 피부를 들어올리고 이식 팔의 혈관을 연결할 동맥과 정맥을 찾아 준비했다. 이후 최윤락 정형외과 교수팀이 뼈와 힘줄, 근육, 신경을 박리했다. 그 사이 수술과 마취시간을 줄이기 위해 성형외과팀은 기증된 팔의 혈관과 신경 박리에 들어갔다.

이어 최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다. 정형외과팀은 정상 팔과의 길이를 맞추기 위해 미리 계측한 길이에 맞춰 뼈를 고정하고 손등쪽 힘줄을 봉합했다. 최 교수는 "이식된 팔이 정상인 팔과 되도록 길이가 같아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며 "힘줄과 신경은 손의 정상적인 기능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성형외과팀은 팔에 혈류가 통하게 바로 혈관 일부를 연결했다. 혈류가 잘 통하는 것을 확인한 뒤 정형외과와 성형외과팀이 교대로 남은 힘줄과 신경, 혈관들을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혈류가 잘 가는 피부상태를 평가하면서 피부를 봉합했다.

홍 교수는 "수술 후 이식받은 팔에 피가 잘 통해야 이식한 팔의 정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수술 중에도 수차례 확인을 거듭했다"고 했다.

수부이식팀은 최씨의 이식수술을 위해 2018년 12월부터 수부이식을 준비했다. 홍종원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수술간호팀과 연세대 의대 수술해부교육센터와 협력해 수부이식팀을 구성했다.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팀, 마취통증의학과 김혜진 교수, 수술간호팀, 수술해부교육센터 등 많은 부서가 팔 이식수술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7년 법적 기반이 만들어지기 전 국내 처음 수부이식을 시행한 대구 W병원도 큰 도움이 됐다. 최 교수는 "손이 갖고 있는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최대한 살려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문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술의 최종 목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