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아니면 SUV만 탄다…멸종 위기 처한 왜건·해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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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국산 왜건…해치백도 K3 하나 남아
벨로스터·i30 단종…"소형 SUV에 밀렸다"
벨로스터·i30 단종…"소형 SUV에 밀렸다"
국내 완성차 시장 유행이 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집중되면서 실용성을 무기로 내세운 해치백과 왜건 차량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6만대 규모를 기록한 국내 완성차5사 승용차 판매량에서 세단과 SUV 비중은 각각 48%와 44.5%에 달했다. 나머지 약 7% 시장도 밴형 차량(CDV)과 픽업트럭의 차지였다.
자동차 시장은 성장했지만 해치백과 왜건은 그 수혜를 입지 못했다. 국산 왜건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해치백도 단종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해치백과 왜건은 세단과 크기가 같아 운전이 쉬우면서도 SUV처럼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돼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차량이다. 보다 쉽게는 승차감과 주행성능은 세단에 준하고 실내 공간은 SUV에 준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해치백과 왜건의 차이는 D필러 유무로 구분 가능하다. D필러가 없고 C필러에서 트렁크 도어가 내려온다면 해치백, D필러가 있고 트렁크 공간이 길게 늘어졌다면 왜건이다. 해치백이 왜건보다 다소 길이가 짧고 왜건은 트렁크 공간이 더 넓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그간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해치백·왜건 모델을 보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0년대 들어 현대차는 i30(i30cw), i40, 벨로스터 등을 선보였고 기아차도 포르테 해치백과 후속 모델 K3 GT를 내놨다. 르노삼성은 클리오를, 한국GM도 쉐보레 아베오를 국내 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살아남은 차량은 K3 GT 1종 뿐이다.
왜건인 i30cw와 i40, 해치백 르노 클리오와 쉐보레 아베오 등이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서 짐을 쌌고 올해는 현대차 i30와 벨로스터도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해치백 인기가 높은 해외시장 판매는 지속되지만 국내에서는 재고 물량을 끝으로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i30 판매량은 500대에 그쳤고 벨로스터도 953대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고성능 벨로스터 N의 국내 판매는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해치백 본연의 실용성과는 거리가 있는 차량이다. 기아는 올해 K3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K3 부분변경 모델에서도 해치백 모델은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K3가 실용적인 국산 해치백의 마지막 생존자인 셈이다.
국내에선 외면받지만 되레 해외 시장에서는 호평이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단종되는 i30의 경우 N과 패스트백 N 모델이 독일 내 최고의 스포츠카를 가리는 '아우토빌트 올해의 스포츠카'에서 2018·2019·2020년 3년 연속 준중형 및 소형 자동차 부문 수입차 1위를 차지했다. i30 N TCR을 사용하는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2019년과 2020년 제조사 부문 2연패를 거머쥐었다. 해치백과 왜건, 프로씨드, X씨드 등 4개 형태로 유럽에서 판매 중인 기아 씨드 역시 누적 160만대 이상 판매되며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유독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과 왜건이 외면받은 이유로는 디자인과 더불어 소형 SUV의 부상이 지적된다. 실용성을 높이고자 트렁크 부분을 늘린 해치백과 왜건은 짐차라는 인상을 주는 측면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자동차를 이동 수단이라기보다 과시의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같은 경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국내는 배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에 많은 짐을 직접 옮길 일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레저 열풍이 불면서 여유로운 적재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소형 SUV가 그 수요를 흡수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1만3000여대 규모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에서 레저용 차량으로는 SUV가 더 적합하고, 유럽처럼 장거리를 차로 이동할 일이 없다는 점도 소형 SUV에 힘을 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해치백은 주 타깃으로 삼았던 2030 젊은 소비층을 소형 SUV에 빼앗기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세단 또는 SUV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으로 해치백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산 해치백 또한 K3 GT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6만대 규모를 기록한 국내 완성차5사 승용차 판매량에서 세단과 SUV 비중은 각각 48%와 44.5%에 달했다. 나머지 약 7% 시장도 밴형 차량(CDV)과 픽업트럭의 차지였다.
자동차 시장은 성장했지만 해치백과 왜건은 그 수혜를 입지 못했다. 국산 왜건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해치백도 단종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해치백과 왜건은 세단과 크기가 같아 운전이 쉬우면서도 SUV처럼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돼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차량이다. 보다 쉽게는 승차감과 주행성능은 세단에 준하고 실내 공간은 SUV에 준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해치백과 왜건의 차이는 D필러 유무로 구분 가능하다. D필러가 없고 C필러에서 트렁크 도어가 내려온다면 해치백, D필러가 있고 트렁크 공간이 길게 늘어졌다면 왜건이다. 해치백이 왜건보다 다소 길이가 짧고 왜건은 트렁크 공간이 더 넓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그간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해치백·왜건 모델을 보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0년대 들어 현대차는 i30(i30cw), i40, 벨로스터 등을 선보였고 기아차도 포르테 해치백과 후속 모델 K3 GT를 내놨다. 르노삼성은 클리오를, 한국GM도 쉐보레 아베오를 국내 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살아남은 차량은 K3 GT 1종 뿐이다.
왜건인 i30cw와 i40, 해치백 르노 클리오와 쉐보레 아베오 등이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서 짐을 쌌고 올해는 현대차 i30와 벨로스터도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해치백 인기가 높은 해외시장 판매는 지속되지만 국내에서는 재고 물량을 끝으로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i30 판매량은 500대에 그쳤고 벨로스터도 953대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고성능 벨로스터 N의 국내 판매는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해치백 본연의 실용성과는 거리가 있는 차량이다. 기아는 올해 K3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K3 부분변경 모델에서도 해치백 모델은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K3가 실용적인 국산 해치백의 마지막 생존자인 셈이다.
국내에선 외면받지만 되레 해외 시장에서는 호평이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단종되는 i30의 경우 N과 패스트백 N 모델이 독일 내 최고의 스포츠카를 가리는 '아우토빌트 올해의 스포츠카'에서 2018·2019·2020년 3년 연속 준중형 및 소형 자동차 부문 수입차 1위를 차지했다. i30 N TCR을 사용하는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2019년과 2020년 제조사 부문 2연패를 거머쥐었다. 해치백과 왜건, 프로씨드, X씨드 등 4개 형태로 유럽에서 판매 중인 기아 씨드 역시 누적 160만대 이상 판매되며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유독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과 왜건이 외면받은 이유로는 디자인과 더불어 소형 SUV의 부상이 지적된다. 실용성을 높이고자 트렁크 부분을 늘린 해치백과 왜건은 짐차라는 인상을 주는 측면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자동차를 이동 수단이라기보다 과시의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같은 경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국내는 배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에 많은 짐을 직접 옮길 일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레저 열풍이 불면서 여유로운 적재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소형 SUV가 그 수요를 흡수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1만3000여대 규모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에서 레저용 차량으로는 SUV가 더 적합하고, 유럽처럼 장거리를 차로 이동할 일이 없다는 점도 소형 SUV에 힘을 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해치백은 주 타깃으로 삼았던 2030 젊은 소비층을 소형 SUV에 빼앗기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세단 또는 SUV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으로 해치백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산 해치백 또한 K3 GT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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