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을 해서는 안 돼요."

문재인 대통령이 16개월 정인이 사건 대책을 언급하며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중략)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한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10년 전 했던 언론 인터뷰가 재조명 받고 있다.

최 감사원장은 슬하에 두 딸과 두 아들이 있다. 그중 아들들은 아내가 봉사하던 고아원에서 입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최 원장은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입양을 마치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불쌍한 한 아이의 인생반전극으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 "평범한 아이에게 그가 놓칠 수도 있었던 평범한 가정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며 입양에 대한 평소 신념을 전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 입양 관련 발언 이후 과거 신문기자 시절 입양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던 중 최 원장을 취재한 기억이 난다며 기사를 공유했다.

조 의원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입양가정을 탓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인데 입양에 책임을 두는 듯한 대통령의 발언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진 글에서 2011년 읽었던 기사를 꺼내 다시 읽었다며 법률신문 내용을 공유했다.

기사에는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을 해서는 안돼요. 입양은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라는 최 원장의 발언이 담겨 있다.

조 의원은 "아이를 가슴으로 낳는 것이 입양이다"라며 "대통령이 생중계 기자회견에서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을바꾼다든지' 같이 민망한 얘기를 꺼내는 건 국제적 망신이다"라며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라고 꼬집었다.
최재형·강명훈의 피보다 진한 우정을 다룬 1981년 6월18일자 조선일보 기사.
최재형·강명훈의 피보다 진한 우정을 다룬 1981년 6월18일자 조선일보 기사.
서울대 게시판 스누라이프에는 최 원장 관련 1981년 조선일보 기사도 공유돼 눈길을 끌었다.

최 원장은 신촌교회에서 소아마비 친구인 강명훈 씨를 만나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를 업고 등하교 했다. 이후 서울대 법대에 나란히 입학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기사에는 <소아마비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강명훈 군(25·서울대 법대 80년 졸업)과 강 군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업어서 등·하교시키며 같이 공부해온 최재형 군(25·서울대 법대 79년 졸업)이 17일 나란히 사법시험(2차)에 합격하기까지에는, 우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벅찬 인간애의 고뇌들이 있다.

(중략). 명훈과 동갑이었던 재형은 지체(肢體)가 부자유스러우면서도 구김살 없는 명훈이가 신기하게까지 느껴졌고, 사지(四肢)가 자유스러우면서 때로 좌절하기 잘하는 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중략).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재형이는 75년에, 명훈이는 76년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명훈이는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이면 강의실까지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침 일찍 찾아와 주는 재형이를 볼 때마다 명훈이는 ‘사랑’을 보는 것 같은 뭉클한 느낌을 어쩔 수가 없었다. (하략).

최 원장을 지켜본 교회 관계자는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소탈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냥 적선(積善)하듯이 베푸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호흡하고 생활하는 그런 장로님의 모습에서 우리도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기독교에는 ‘작은 예수’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최재형 장로님이 작은 예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서울대 게시판에는 "이런 분이야 말로 상류계급이다", "이런 분을 이제야 알게되다니, 정말 존경한다", "저런 사람을 공격하는 임종석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존재 자체가 전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윤석열, 최재형을 발탁한 것이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최 원장은 현재 여권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 그를 발탁한 사람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직접 그를 추천하고 전화를 걸어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4일 감사원의 '탈원전 정책' 감사 착수를 두고, "사실상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적절한지 판단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임 전 실장은 "지금 최재형 감사원장은 명백히 정치를 하고 있다"며 "정보에 대한 편취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무지, 그리고 감사원 권한에 대한 남용을 무기 삼아 용감하게 정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고 임기를 보장해주니, 임기를 방패로 과감하게 정치를 한다"며 "전광훈, 윤석열, 그리고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