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롯데콘서트홀서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공연
서울시향 공연 지휘 성시연 "코로나 희생자 애도의 마음 담았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예술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어요.

이번 연주에는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2009~2013)를 지낸 성시연(46)은 오는 21~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1년 5개월 만에 이 악단과 꾸미는 무대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시향의 올해 첫 정기공연인 이번 무대의 주제는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다.

하이든의 교향곡 '슬픔', 루토스와프스키의 '장송 음악', 바르샤이가 편곡한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 등의 순서로 연주한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관객들이 신년의 기대감과 희망찬 메시지를 받고 싶어할텐데 우울하고 어두운 곡을 선정했다"며 "거울을 보듯 현시점을 들여다보고 비석을 세우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주를 할 수 있는지 예측하고 집중해야 해서 한국·독일 사이트에서 기사도 많이 찾아봤다"며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을 보지도 못하고 이별하는 게 지옥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은 원래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인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메인 레퍼토리로 넣었다가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소편성으로 바꾸면서 '장송 음악'과 '실내 교향곡' 등 2곡으로 변경했다.

서울시향 공연 지휘 성시연 "코로나 희생자 애도의 마음 담았다"
성시연은 "이번 곡 연주 순서에 있어서는 제 마음의 흐름이 많이 반영됐다"며 "세상을 밝게 바라보고 싶은 희망을 품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깔린 어둠을 배제할 수 없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초 스페인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해 예정된 공연이 75% 이상 취소돼 주로 집에서 머물렀다는 성시연은 3개월 만에 오르는 이번 무대에 관해 "새롭고 신선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또 "서울시향과의 공연은 친정에 온 것처럼 친숙하고 편안하다"며 "가족과 재회하는 느낌도 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성시연의 이름 앞에는 '최초' 타이틀이 많이 붙는다.

미국 보스턴심포니 127년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 서울시향 첫 여성 부지휘자 등을 지냈다.

2014년부터 4년간 경기필하모닉을 이끌 당시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 역사상 첫 여성 상임지휘자로 주목받았다.

그는 현재 유럽·북미 무대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며 유럽권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살피고 있다.

올해는 벨기에 앤트워프 심포니, 스페인 바르셀로나 심포니 등과의 무대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중요한 연주가 대부분 취소돼 개인적으로는 기운이 빠졌어요.

길게 보고 큰 호흡으로 가는 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주어진 연주에 최선을 다하는 한해를 만들고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