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이 경제를 직접 챙기고 통일적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조처를 해 주목된다.
'자력갱생' 외에 새로운 경제 목표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을 손질하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와 이어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이 경제정책을 총괄·지도하기 위해 노동당에 경제정책을 전담한 부서를 신설하고 그 책임자가 내각 부총리를 겸임토록 하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최고인민회의에서 전현철 노동당 경제정책실장을 부총리로 전격 임명됐다.
내각 고위 관료가 당 정치국에 포함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당내 전문부서 책임자가 부총리를 겸임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은 김정일 후계체제 시절부터 당과 내각을 분리해서 내각이 경제를 전담토록 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내각에서 당으로, 혹은 당에서 내각으로 옮겨가며 자리를 맡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긴 했지만, 겸직 사례는 없었다.
당내에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전문부서 자체가 이번 당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경제난과 민생 해결을 위해 노동당이 경제를 외면 방관하지 않고 중심에 서서 정책과 실행 전반을 직접 이끌어가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당대회에서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 잘 드러난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강화되는 모습이었다.
북한 내 대표적인 '경제통'이자 김정은 집권 이후 줄곧 경제정책을 총괄해왔던 박봉주가 2019년 내각 총리에서 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경제부문 시찰을 이어가며 여전히 전반을 관장했다.
지난해에는 김재룡 내각 총리가 당 부위원장으로 이동했고, 당 부위원장이었던 김덕훈은 김재룡과 바통 터치하며 내각 총리로 자리를 바꿨다.
이처럼 내각 출신들을 중용한 뒤 당 부위원장으로 보내고 반대로 당 출신을 내각에 기용하면서 지도부 전반에 '경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경제관료를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권력 구도에서 제일 힘이 없다고 할 수 있는 내각의 경제관료와 당 간부들의 직책 교류를 수시로 함으로써 경제관료에 힘을 실어주고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사령부'인 내각의 책임제·중심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에서 경제 전반 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수기관의 '특수'현상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결론에서 "당대회 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정일 체제에서 국방성이나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 이른바 힘센 특수기관들이 알짜배기 기업소를 산하에 두고 독식하며 내각 산하 민수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강력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집권 이후 국가 경제를 외면한 채 노른자위 기업을 제멋대로 운영하던 특수기관들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며 "다만 특수기관의 특성도 있어 점진적으로 바로잡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