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던가.

청춘들은 오랜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불안하고 격정적인 시간을 보내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코네티의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현대문학 펴냄)는 한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언제나 위태롭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춘들의 불안감을 실감 나게 다뤄낸다.

머리는 울긋불긋 화려한 색깔로 물들이고 온몸 곳곳을 피어싱한데다 마치 장례식장에 가는 듯 검은 옷을 입은 소녀 소피아 무라토레. 부모 속 썩이게 생긴 아이의 전형적 외모다.

1978년 이탈리아 패션 도시 밀라노에서 태어난 소피아는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빠와 미술을 전공한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산층의 안정된 가정이긴 하지만 성향이 너무 다른 부모 사이에서 자란 소피아는 방황 끝에 열여섯 살에 자살을 시도한다.

청소년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화가의 꿈을 접고 우울증에 걸린 엄마처럼도, 엔지니어로 기계처럼 반복되는 삶을 사는 아빠처럼도 되고 싶지 않다.

흔들리는 청춘에 던지는 위로…'소피아는 언제나…'
그러던 소피아에 인생의 전기가 찾아온다.

독신에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고모가 그를 돌봐주기로 한 것이다.

소피아는 배우를 꿈꾸며 로마 영화 학교를 거쳐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소피아는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춘기에 자신이 느꼈던 불안과 방황이 유년기의 상처와 경험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 잘 맞지 않는 부모 사이에서 오가던 거친 대화나 침묵 등이 모르는 사이에 그를 억압하고 괴롭힌 것이다.

소피아는 다양한 다른 사람들을 연기하면서 잠재의식 속 불안감을 해소하고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열 개의 짧은 이야기가 하나의 소설을 이루는 옴니버스 구조로 이뤄졌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소피아가 성인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맺는 주변인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담아낸다.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이 소설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코네티는 2017년 '여덟 개의 산'으로 결국 스트레가상을 받는다.

최정윤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