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제품 최저가 공급 전략
'집콕 소비' 만나 수요 폭발
온라인 진출 2년 만에 저력 증명
카카오가 전략파트너로 '찜'
온·오프 통합 신선식품의 ‘강자’
오아시스는 마켓컬리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는다. 둘의 공통 분모는 정보기술(IT)과 결합한 물류 혁신을 통해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유통 서비스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거의 정반대다.우선 창업자의 배경이 다르다. 김슬아 마켓컬리 창업자는 미국 유학파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42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김영준 오아시스 창업주(이사회 의장)는 반도체 엔지니어에서 숯 용품 유통, 유기농 생활협동조합까지 유통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흙수저 기업인’이다.
오아시스가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것도 대조적이다. 김 의장은 우리네트웍스란 사명으로 2011년 유기농 유통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이달 초 개점한 서울 등촌점을 포함해 총 39개에 달한다. 이들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로선 모바일로 주문한 것을 인근 매장에서 찾을 수 있고, 오아시스로선 재고율을 ‘제로’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의 배경이 되고 있다.
마케팅에서도 마켓컬리 등 경쟁자들과 오아시스의 행보는 정반대다. 전지현(마켓컬리), 공유(쓱닷컴) 등이 국내 정상급 CF모델을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넓혀가는 반면 오아시스는 변변한 스타마케팅도 없이 조용히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가성비와 실적 둘 다 잡아
실적은 더 대조적이다. 온라인 매출 비중이 지난해 오프라인보다 커지면서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안준형 오아시스 부사장은 “작년 3분기까지 약 7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에 ‘집콕 소비’가 절정을 이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오아시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성비다. 오아시스는 산지 직매입을 100%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취급 상품의 70%가량은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이다. 판매하는 품목은 대형마트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지만, 유통 단계를 확 줄인 덕분에 최저가 판매가 가능하다. 예컨대 유기농 두부 2모에 2200원, 방사유정란 10구는 2900원이다. 대형마트의 온라인몰과 비교해 반값 수준이다.
자체 물류시스템 개발로 생산성 높여
오아시스가 가성비와 흑자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 배경엔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한몫하고 있다. 지어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상장회사로, 김 의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어소프트는 오아시스의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안 부사장은 “미국 아마존과 영국 오카도 등을 현장 방문해 물류 효율화를 수년간 연구했다”며 “로봇 등 하드웨어적인 자동화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물류 혁신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탄생한 것이 ‘오아시스 루트’라는 모바일 앱이다. 작업자는 앱을 통해 발주, 입고, 보관, 선별, 포장, 배송 등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아시스는 이 시스템에 대한 특허 등록을 추진 중이다.
유통업계에서 주목하는 오아시스의 또 다른 잠재력은 카카오와의 협업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오아시스와의 투자 계약서에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로 명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쇼핑에 장보기를 추가했듯이 카카오커머스도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 시장에 관심이 크다”며 “오아시스가 카카오의 날개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