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선거 논란으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이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뽑기 위한 선거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부정 선거 논란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당시 국정을 이끌었던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이 조기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를 기해 키르기스스탄 전역에 있는 2천420곳의 투표소에서 대통령 선거와 정부 구성을 위한 국민투표가 시작됐다.
키르기스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투표율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투표소 직원들이 투표자들의 사회적 거리 유지 준수와 마스크·세정제 제공 등의 방역 관련 업무를 부여받았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은 전했다.
투표소는 몇 시간마다 소독도 이뤄진다.
무려 17명의 후보가 대선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외신들은 민족주의 정치인인 사디르 좌파로프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야권의 지도자였던 좌파로프는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사임으로 빚어진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권력 공백을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족주의자임에도 그는 옛 소련권 중심국가인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에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키르기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선망하는 주요 목적지이기도 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성향과 의료비 지출을 지금보다 두 배가량 늘리겠다는 공약 등에 힘입어 그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실제 현지 여론조사기관들에 따르면 그는 경쟁자들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5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결선투표를 피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개표 결과 후보자 가운데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2위 득표자가 참여하는 2차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키르기스스탄은 6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작년 10월 4일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총선이 치러졌다.
하지만 총선 결과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잠정 개표 결과 나타나자 부정 선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분노한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은 수도 비슈케크와 주요 지방 도시들에서 저항 시위를 벌였다.
총선 다음날인 5일부터 야권의 불복 시위가 10일 넘게 지속되며 정국 혼란이 이어진 데 다 야권의 퇴진 압박까지 거세지자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결국 자진해서 사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