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미국 민주당이 ‘반란 선동’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선동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재기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데 탄핵을 당하면 공직을 맡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美민주, 트럼프 탄핵 속전속결 추진…4년뒤 출마 못하게 '쐐기'
탄핵 소추안 작성을 주도한 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의원은 9일(현지시간) A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월요일(11일) 발의될 것”이라며 “(탄핵 사유는) 반란 선동 혐의”라고 말했다. 탄핵 소추안엔 180명 이상의 하원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지난 8일 하원 운영위원회에 탄핵 준비를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민주당은 당초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통한 대통령직 박탈(해임)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요구했지만 펜스 부통령이 거부하자 탄핵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은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외국 정부의 대선 개입 유도 의혹)’에 이어 두 번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달리 ‘의회 난입 사태’는 민주·공화 양당에서 초당적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엔 공화당에서도 ‘반란표’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변수는 11일 탄핵안이 발의돼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9일밖에 안 남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하원은 속전속결식으로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다.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되려면 투표 참여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된다.

하지만 상원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8일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상원의 탄핵 심리 절차를 설명하면서 이달 19일 이전 상원 심리를 위해선 상원의원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WP는 현실적으로 상원 심리는 아무리 일러도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20일 이후에야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탄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1875년 윌리엄 벌크냅 전쟁장관이 뇌물혐의로 사임했지만, 상원은 탄핵 심리를 진행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 유죄 판결이 나왔다. 또 상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후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추진하는 건 이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선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7400만 표가량을 득표했다. 이를 토대로 퇴임 후에도 공화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탄핵’보다 순조로운 정권 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그(트럼프)가 물러나는 가장 빠른 길은 우리가 20일에 취임하는 것이며 그 전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의회가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의회 난입 사태 이후에도 미국은 바이든 취임식을 앞두고 여전히 흉흉한 분위기다. 온라인에선 ‘취임식 날 100만 민병대 행진’ ‘17일 의사당 2차 공격’ ‘트럼프 아니면 죽음을’ 등 폭력을 선동하는 글이 돌아다니고 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폭력 선동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8일 89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직전 트윗을 통해 “1월 20일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바이든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그가 불참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받아쳤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