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 "차분한 대응이 중요"…윤덕민 "정치가 해결해야"
이원덕 "2015년 '위안부 합의' 틀 해결이 가장 바람직"

서울중앙지법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린 것에 일본 정부가 반발하면서 한일 갈등이 한층 격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양국 외교 사정에 밝은 한국 전문가들은 일본 언론에 외교·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2011~2013년)는 9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위안부 문제를 사실상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이라며 "특히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전면 부정하는 내용을 포함해 향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韓전문가들이 日언론에 제시한 '위안부 배상 판결' 해법은
신 전 대사는 다만 원고 측이 배상금 확보 수단으로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자산 압류·매각을 추진할 때 별도의 결정 절차가 있어 판결 집행 단계에서 일본 측이 주장하는 '주권면제'가 인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일본기업 자산이 이미 압류된 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와는 다른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은 한일 정부 쌍방이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2015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 합의를 하는 등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韓전문가들이 日언론에 제시한 '위안부 배상 판결' 해법은
국립외교원장(2013∼2017년) 출신 윤덕민 한국외대 교수(국제정치)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외교관련 판결을 내릴 때 사법이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국제사회 원칙이 한국에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을 보여줬다"며 한국 사법부가 징용·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해 내린 일련의 판결로 한일관계의 법적 안정성이 위태롭게 됐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무시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윤 교수는 "삼권분립으로 행정이 사법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와 다시 협상하든지, 한국 국민을 설득하든지, 한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전문가들이 日언론에 제시한 '위안부 배상 판결' 해법은
(재)화해·치유재단 이사를 지낸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사죄하고 일본 정부 자금도 포함하고 있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틀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상태인 점을 들어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 간 합의를 토대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을 받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일본에선 한국의 행정부와 사법이 한 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헌법 위반으로 심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은 제한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판결로 어려운 입장에 놓인 것은 일본 정부보다는 한국 정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양국에서 상대국 여론이 함께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대립 관리 능력을 발휘하고 일본은 대립을 격화시키지 않는 자세를 견지해 문제를 키우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