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글로벌 5위 자동차 양산 노하우 강점…자율주행 역량도 키워
현대차 "아직 협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어"…그룹주 주가 급등

애플이 '애플카' 출시를 위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8일 자동차 업계와 주식시장이 크게 술렁였다.

현대차-애플 손잡나…'애플카' 생산 기대감에 업계·시장 출렁(종합)
현대차는 아직 협의 초기 단계라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애플과 현대차의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을 따지며 셈법이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4년까지 자율주행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작년 12월21일(현지시간)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차량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나 한동안 소프트웨어 등 다른 분야에 주력하다가 2019년부터 프로젝트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애플의 자동차 개발에 대해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애플이 차량 조립을 위해 제조사와 협력하고 애플은 기존 차량 제조사의 자동차에 탑재할 수 있는 자율주행시스템만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소비자의 이동 수요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산업 경쟁력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차량 공유 기술, 전동화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현대차-애플 손잡나…'애플카' 생산 기대감에 업계·시장 출렁(종합)
이에 따라 이런 기술 변화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구글, 테슬라 등 대형 정보기술(IT)업체와 IT 기반 스타트업들이 미래차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다만 차량 사업에서 이익을 내려면 연간 10만대 이상을 생산할 역량을 갖춰야 하는 데다 차량 제조가 대표적인 종합 산업인 만큼 애플에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글로벌 5위권의 완성차 생산 기반을 갖춘 현대차그룹이 애플에 매력적인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모노셀' 디자인이 적용된 자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 중인 현대차와 손을 잡고 배터리 개발에 머리를 맞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아이오닉5를 필두로 기아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해외시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를 30만대 이상 판매하며 친환경차 시장 선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애플 손잡나…'애플카' 생산 기대감에 업계·시장 출렁(종합)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업체인 앱티브와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개발 역량을 크게 끌어올린 것도 양사의 협력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3월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등 레벨 4와 5에 해당하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모셔널은 2023년부터 미국 내 주요 지역에서 완전 자율주행차 기반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는 자율주행에서 GM과 포드, 웨이모가 앞서가고 있으니 전략적 기술 제휴를 위한 해외 파트너로 현대차를 하나의 대안으로 찾아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에 자동차와 관련해 협력할 수 있는 IT, 배터리업체들이 풍부하고 한국 정부가 자율주행 차량과 관련된 규제를 비교적 일찍 정립했다는 점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애플과의 협력이 성사되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는 현대차그룹에도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애플 손잡나…'애플카' 생산 기대감에 업계·시장 출렁(종합)
애플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한데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휴대폰'으로 불릴 정도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 운영 체제와 콘텐츠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높은 애플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휴대폰과 자동차를 연동하는 커넥티비티 서비스도 한층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로서는 밑질 게 없는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차그룹주가 급등했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19.42% 급등한 24만6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폭등해 장중 한때 25만7천원(24.76%)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는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종가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현대차의 주가 급등은 1988년 이후 최대 폭이며, 이로 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산이 20억달러(한화 약 2조1천800억원)가량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장중 한때 상한가를 터치했다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고 18.06% 상승 마감했다.

기아차(8.41%), 현대위아(21.33%) 등도 강세였다.

앞서 지난달에는 LG전자가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세울 파워트레인 회사가 애플 전기차에 부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면서 LG전자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 논의가 알려진 이날 LG전자의 주가는 1.67%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직 애플과의 협력이 구체화하지 않은 데다 성사 가능성도 미지수인 만큼 시너지 효과 등을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합작 투자인지 전략적 기술 제휴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고, 이 같은 논의는 보통 성사되는 가능성이 반반 정도"라며 "시너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애플의 협력 제안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키'를 애플이 쥐고 있는 만큼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현대차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