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는 '자연인'과 땅 주인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영국 신예 작가 피오나 모즐리의 장편소설 '엘멧'(문학동네 펴냄)의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20대 박사학위 준비생이던 모즐리의 데뷔작인데다 2017년 당시 정식으로 출간되기도 전에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세계 문학계를 놀라게 했다.

얼마나 강렬하고 충격적인 소설이기에 맨부커는 아직 '소설가'도 아닌 풋내기의 첫 작품을 최종 후보 리스트에 올렸던 것일까.

소설 제목인 '엘멧'은 지명이다.

5~7세기 잉글랜드에 존재했던 마지막 독립 켈트 왕국의 이름이면서 현재는 웨스트요크셔를 포함한 여러 주가 걸쳐진 지역을 말한다.

모즐리는 이 황량한 곳에서 자라며 받은 여러 가지 영감을 이 소설을 통해 드러냈다.

자연인과 지주의 대결…모즐리의 강렬한 데뷔작 '엘멧'
소설의 주인공은 요크셔 지방의 작은 숲에서 바깥세상과 단절한 채 주로 수렵과 채집으로 생계를 잇는 한 가족. 거대한 덩치와 강한 힘 덕분에 '거인'으로 불리는 남자 존과 그의 딸 캐시, 아들 대니얼 세 사람으로 이뤄진 가정이다.

존은 웬만한 건 대부분 숲에서 구하지만, 그럴 수 없는 물건이 필요할 경우 마을로 내려가 내기 싸움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돈을 벌고 생필품 등을 사온다.

현대 사회의 규범을 벗어나 자연인으로 평온하게 살던 그들에게도 시련이 닥친다.

일대 토지를 소유한 지주 프라이스는 존에게 자신을 위해 일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거절하려면 자신의 땅에서 나가야 한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존은 지주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저항을 택한다.

지주에 시달리던 노동자와 세입자들을 설득해 저항 세력을 만들고 파업과 집세 납부 거부 등 단체 행동에 나선다.

아름답고 조용하던 마을과 숲은 이제 전쟁터로 변했다.

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자연적 힘과 문명 거부를 상징하는 남자 존과 자본주의적 권력을 대변하는 지주의 대립은 다분히 신화적 성격을 띤다.

아나키스트인 존이 기존에 구축된 사회 질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서구 자본주의 질서와 가부장제 해체 등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색채를 드러낸다.

이는 요즘 유럽과 영미 문단의 주류적 경향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