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도 "규정 개정 필요"…화성시 "타 농장과 형평성 고려 강제집행 고심"
인근 농장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에 속한 경기 화성시의 한 친환경 산란계 농장이 살처분 집행에 2주째 반대하고 있다. 산란계 3만7천 마리를 사육하는 화성 산안농장은 5일 수원지법에 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이 농장은 반경 3㎞ 내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돼 시로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살처분 하라는 행정 명령을 받았다.
이에 산안농장은 친환경 농법으로 1984년부터 36년간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고, 3㎞ 내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2014년과 2018년에도 살처분하지 않았다며 행정명령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냈다.
2018년 당시 방역 당국의 살처분 규정은 500m 내 농장은 강제 살처분, 3㎞ 내 농장은 살처분 '권유' 대상이었다.
해당 규정은 같은 해 12월 3㎞ 내 농장까지 강제 살처분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화성시는 2차 계고장을 보내 5일까지 살처분하라고 명령했으나 산안농장은 이 또한 거부하고 있다.
산안농장 관계자는 "우리 농장이 친환경 동물복지농장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방역 당국이 3㎞ 내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도록 한 규정은 그저 쉬운 방법일 뿐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것이어서 전국 모든 축산 농가를 대신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된 규정 또한 '지형적 여건, 축산업 형태 등을 참작해 가축방역심의회 결과에 따라 살처분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아직 심의회도 열리지 않았음에도 신속한 방역을 이유로 당국이 살처분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산안농장은 공장식 축사 대신 평사 계사(바닥에 모래를 깐 평평한 땅에서 사육)에 볏짚, 왕겨, 풀, 톱밥 등을 깔아 놓고 계분이 섞이면 바로 미생물에 의해 건조·발효되는 형태로 산란계를 사육한다.
동물복지농장 인증 기준은 1㎡당 9마리지만, 산안농장은 4.4마리로 조사됐다.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안농장 사례를 계기로 방역 당국이 3㎞ 내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도록 한 규정을 개정하길 바란다"며 "다른 농장들도 공장식 계사를 탈피해 동물복지농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은 일괄적인 살처분 집행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시민 등 6천여 명의 온라인 서명을 받아 조만간 화성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화성시는 살처분하라는 2차 계고 시한이 만료된 이 날까지도 해당 농장에 대한 강제 살처분 집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산안농장 외 AI 발생 농장 3㎞ 이내에 있는 나머지 5개 농장에선 이미 14만7천 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한 바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몇 번까지 계고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어서 당장 살처분을 집행해도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며 "해당 농장 방역 체계의 특수성도 있지만 이미 살처분한 인근 농장과의 형평성도 고려해 추후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안농장에선 지난달 23일 이후 이날까지 매일 간이 검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AI 항원은 검출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