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3차 없고 간편…온라인 조직 행사 확산

경기 성남시의 한 회사에 다니는 윤모(31)씨는 지난달 회사 동료들과 '랜선 망년회'를 했다.

회사에서 사전 지급한 배달 쿠폰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오후 8시에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화면 속 동료들도 각자 배달하거나 직접 요리한 음식을 카메라 앞에 두고 앉았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평소 회식처럼 담소를 나누며 모니터에 대고 건배도 하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화면 보고 '짠∼'…언택트 시대 송년회 대신 '줌년회'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한 집의 강아지가 짖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성격유형검사(MBTI)를 통한 소소한 이벤트 등도 하며 이어진 온라인 망년회는 약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윤씨는 1일 "코로나19로 얼굴도 못 보고 해를 넘길 줄 알았는데,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2차, 3차로 넘어가며 회식이 늘어지지도 않고, 밤늦게 집에 가야 하는 부담도 없어서 편리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에 대면 모임이 힘들어지자 아쉬움을 달랠 온라인 모임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송년 모임을 하는 온라인 송년회도 그중 하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많이 사용해서 '줌년회' 라고도 한다.

특히 화상회의 프로그램 사용에 친숙한 기업에서 송년회, 신년회 모임 대신 많이 한다.

경험한 이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한 주류회사에 다니는 A씨는 "QR 코드를 이용해 게임도 하고 생각보다 재밌는 시간이었다"며 "잦은 회식은 싫지만, 최근에는 너무 못해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화면 보고 '짠∼'…언택트 시대 송년회 대신 '줌년회'
특히 전통적인 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젊은 직원들의 평이 좋았다.

30대 초반 금융권 종사자 B씨는 "어차피 회사 회식은 일하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있는데 간편하게 끝내고 필요한 소통도 할 수 있어 좋다"며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과도한 회식 대신 온라인 모임을 하면 어떨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에 대한 의견도 있다.

방산업체에 다니는 40대 C씨는 "사람이 4명 이상 늘어나면 오디오가 물려 불편하고, 직접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대면 회식보다 당연히 친밀도가 떨어진다"며 "현 시국이라 어쩔 수 없이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도 계속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온라인 식사 모임은 최근 기업 등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 친목 모임에서도 활용된다.

온라인상에서는 '줌년회에서 마피아 게임 하는 방법', '랜선 모임서 즐길 게임' 등 소소한 팁들도 공유된다.

회식 외에도 최근 조직의 단합을 위한 각종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지난달 경영진이 방송에 출연해 온라인 송년회를 열었다.

화면 보고 '짠∼'…언택트 시대 송년회 대신 '줌년회'
경기 남양주시도 지난달 30일 온라인 방식으로 종무식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외 중요 대기업들도 올해에는 수백명이 본사 강당에 모이는 기존 시무식 대신 온라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관습적으로 이어지던 각종 행사를 막상 온라인으로 하니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이러한 트렌드가 이어져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