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포함 의료진 10명도 확진 판정… 남은 환자 치료에 사투
"내 건강 신경 쓸 겨를 없다"…의사 4명 지원 제안 "위험하다"며 거절
'39명 사망' 부천 요양병원 의사 "환자에 포기말라 부탁할 뿐"
"계속 회진을 돌고 있지만, 코로나19를 손쓸 방법이 없어 노인 환자분들의 손을 잡아드리며 '포기하지 마시라'고 부탁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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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0명 가까이 숨진 경기도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의 A 원장 의사는 30일 전쟁터와 다름없는 병원 내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A 원장은 병원에서 60여 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11일 환자 124명, 동료 의료진·직원 73명 등 199명과 함께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됐다.

그를 포함한 의료진 10명은 이후 폐쇄된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모두 감염되고 말았다.

A 원장은 건강 상태를 묻는 대한의사협회의 질문에 "아…"라고만 탄식하고 한숨을 쉰 뒤 "(내) 건강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만 답했다.

협회 관계자는 "A씨 등 의료진 10명은 코로나19 증상이 극심한 상태는 아니지만 답답한 상황에 자포자기한 상태"라며 "어제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의사 4명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A씨는 '위험하다.

괜찮다'고 짧게 거절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이 병원을 책임지는 원장이어서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과 병원의 미래도 걱정할 것으로 짐작한다"며 "요양병원에서 하루 환자 1명이 사망해도 의사의 심적 부담은 상당한데 A씨의 심정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A 원장은 코호트 격리 직후 병원 대부분 환자가 70∼90대 고령이고 기저질환도 앓는 점을 우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이들 환자부터 전담 병상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방대본은 "알았다"고 답했지만, 병상 배정은 하루 환자 1∼3명에 불과했다.

아예 배정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요양시설발 집단 감염과 전국적인 3차 대유행이 겹치면서 중증환자 병상이 부족해진 탓이었다.

이 병원에는 별도 환기 시설과 음압 병상 등 감염병 대응 시설이 없었지만, A 원장은 방호복만을 의지한 채 동료 의료진과 환자들을 돌봤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었고 기저질환을 살피는 데 그쳐야 했다.

결국 폐쇄된 병원 안에서는 보름 사이 확진자가 150명 넘게 폭증했다.

병상을 기다리던 환자 20여 명이 잇따라 숨지고 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10여 명도 치료 중 사망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이 요양병원 관련 사망자는 39명에 이른다.

사망자 중 27명은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졌으며 나머지 12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가 숨졌다.

방대본은 지난 18일부터 간호사 등 지원인력 10여 명을 이 병원에 파견하고 있지만, A씨 등 의료진의 수고를 더는 데는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인력은 비 확진자여서 감염을 피하기 위해 2시간 동안 근무하고 2시간은 쉬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39명 사망' 부천 요양병원 의사 "환자에 포기말라 부탁할 뿐"
A 원장 등 의료진 10명은 병원을 떠나지 않고 이날도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환자 10명을 돌보고 있다.

현재 이 병원 내부에는 환자 10명과 의료진 10명 등 20명이 남았으며 모두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전날 환자 11명이 전담 병상으로 이송되면서 다소 부담을 덜었지만 남은 환자들 역시 대부분 고령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많은 환자가 숨져 심적인 압박을 느끼면서 언제 배정될지 모르는 병상을 기다리느라 피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