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생활가전 호조에 올해 매출·영업이익 역대 최대
전장은 마그나와 합작사 설립, '미래 성장동력' 급부상
"애플 전기차에 공급하나" 촉각…전기차 시장 직접 진출 전망도

LG전자가 연말 '쌍끌이 호재'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주력인 가전 부문의 선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바라보게 됐으며,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자동차 전기장비(전장) 부문은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합작사 설립으로 그룹에 '신(新)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27일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올해 본업과 부업에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내년에 4년 차를 맞는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궤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 미래 먹거리 확보…연말 겹호재 맞은 LG전자
◇ 생활가전 호조에 올해 영업이익·매출 '사상 최대'
LG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조5천448억원이다.

이중 2조원 이상을 생활가전(H&A)에서 벌었다.

의류관리기,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프리미엄 신가전 시장을 주도하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이러한 호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수요가 증가한 덕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LG전자의 경쟁력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생활가전 부문은 코로나가 없던 지난해에도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영업이익률에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생활가전 부문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제품 기획력을 앞세워 글로벌 가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제품군이 많고 경쟁이 치열해 수익이 나기 어려운 가전 부문에서 올해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전자의 연간 매출이 62조7천억원, 영업이익은 3조3천억∼3조4천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은 2019년의 62조3천62억원, 영업이익은 2018년의 2조7천33억원을 각각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생활가전 부문은 올해 미국의 월풀을 제치고 매출·영업이익 모두 '글로벌 1위'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 확실시된다.

사상 최대 실적에 미래 먹거리 확보…연말 겹호재 맞은 LG전자
◇ '애물단지' 전장사업은 그룹 성장동력으로…애플에 부품 공급 기대
가전 부문이 LG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면 전장(VS) 부문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될 만한 '깜짝 발표'가 나왔다.

지난 23일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과의 1조원대 규모 합작사 설립이 그것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은 그간 '계륵'과 같았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가 열리면서 장래 전망은 밝지만, 돈을 벌지 못했다.

VS사업본부는 2016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내년 7월 마그나와 합작사 설립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전자의 전장사업이 날개를 달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마그나는 보쉬, 덴소에 이은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회사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파워트레인 등 부품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강점이다.

자동차 새시와 내·외장재 생산은 물론, 완성차 위탁 생산도 가능하다.

LG전자는 일단 합작사 설립을 통해 마그나의 품질관리와 공정 기술 노하우를 배우면서 마그나의 영업망을 활용해 신규 고객(OEM)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 미래 먹거리 확보…연말 겹호재 맞은 LG전자
관심은 애플이 2024년부터 생산하겠다고 공개한 자율주행 전기차에 LG전자와 마그나가 만든 부품이 공급될 지 여부다.

마그나는 애플이 2014년 전기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며 만든 '타이탄 프로젝트'의 핵심 협력사였다.

이 때문에 애플이 전기차를 만들면 위탁생산은 마그나가 맡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LG전자는 지난 23일 증권사와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마그나의 완성차 위탁생산업과 LG전자의 협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구체화된 바 없다"면서도 "마그나가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 때 LG전자의 부품이 우선적으로 탑재되는 것은 명확하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마그나를 통해 LG전자의 모터와 인버터, 합작사가 만든 파워트레인 등을 애플에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전자의 전장사업 강화는 그룹 전반의 시너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은 전기차 배터리부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차량 통신·조명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의 기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력에다 파워트레인 등 전기차 핵심 부품공급 생산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종합 전장회사로 거듭났다.

"LG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직접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기대감은 곧바로 주가로 반영됐다.

LG전자는 지난 23일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61%)까지 치솟은 11만9천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2년 만에 상한가를 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이 LG전자의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면 마그나와의 합작 소식은 LG전자의 미래 가치를 높여준 격"이라며 "LG그룹이 전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완성차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