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수행에 어려움 이유…인권위 "객관적 근거 부족"
경찰관 채용 시 중도 이상 색각이상자의 응시 기회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했으나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경찰청이 2009년 이후 총 4차례의 개선 권고를 불수용하고 있다"며 "신체조건을 이유로 한 과도한 고용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청이 적극적으로 제도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24일 밝혔다.

색각이란 색을 인지하고 구별하는 감각으로, 색각 이상은 이러한 감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 남성 5.9%, 여성 0.44%는 색각 이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찰 채용시험 신체검사 평가기준에서 중도 이상 색신(색각) 이상자는 응시 자격이 제한된다.

인권위는 "색각능력이 필요한 업무분야와 그렇지 않은 업무 분야가 있음에도 순환보직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색각이상자들의 응시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2009년부터 네 차례 개선을 권고했다.

경찰은 "경찰공무원 대부분이 현장부서에서 근무하고 도주 범인과 차량의 추격·검거, 선별 사격 등의 직무수행을 위해서는 색 구분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의료전문가 의견, 외국 경찰 채용사례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중도 이상의 색각이상자는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불수용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색각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약도·중도·강도의 의학적 기준에 따라 채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업무별 색각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찰청 자체 임상실험 및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전문의 판단에 따른 색각이상의 정도가 명확하지 않고, 중도 이상의 색각이상자도 사람에 따라서는 정확하게 색을 구별하는 등 개인별 편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찰과 유사하게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공무원의 경우에는 업무 성격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색각이상자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며 "중도 이상 색각이상자의 채용기회 전면 배제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