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레 드 발자크 '공무원 생리학' 번역 출간

공무원은 안정성 측면에서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형식주의와 복지부동, 태만과 부패 등 편견도 존재해 사회적인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양면적인 성격을 지닌다.

프랑스의 대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는 '공무원 생리학'(페이퍼로드)에서 1841년 당시 프랑스 사회 속 공무원에 대한 생각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정리했다.

179년이 지난 오늘날과 비교해도 현실적이다.

책 제목에 들어간 '생리학'은 생물의 기능이 나타나는 과정이나 원인을 분석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를 뜻하는 게 아니라 19세기 프랑스 사회 전반에 퍼진 문학 장르다.

직업 및 계층, 계급을 통해 여러 인물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풍자해 사회현상을 통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발자크는 자기 아들이나 조카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면 건물 안뜰에서 한 공무원을 만나면 된다며 "그자가 다 해결해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긴급한 요청이 있어서 달려왔는데, 사무실에 담당자가 없는 경우에는 저녁에 열리는 오페라 공연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코넷을 불고 있는 한 늙은 천사를 공연장에서 만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국가에 봉사하면서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국가에 봉사하려면 먼저 부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명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급료와 수당, 연금 등이 너무 많다며 행정개혁도 주장한다.

모든 공무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을 다듬는 일 등을 하다 보면 오후 4시 반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근무 시간 절반이 이렇게 날아간다며, 20만 프랑을 지불하면 되는 일에 1천만 프랑을 지불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공무원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가운데 프랑스 국왕도 세비를 받는 공무원이라고 말한다.

국왕을 공무원 사회에 편입할 수 있다는 이 관점은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여겨졌다.

절대왕정 체제가 아닌 입헌군주 체제에서 군주는 건물 수위나 도로 인부, 산림감시원처럼 세비를 받는 공무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왕도 일정한 법의 감시망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직책에 따른 공무원의 삶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그린다.

임시직과 발송계원, 사무서기, 차장, 국장, 실장 등을 거론하면서 파리 공무원과 지방 공무원, 지사와 공무원, 지사와 정치인 등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행정부의 장관은 위급한 일이 생기면 보고서를 써야 해 언제나 보고서에 끌려다닌다는 것, 주로 잔심부름을 담당하는 말단 직원인 사환은 공무원 사회에 대한 나름의 비평과 정치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더 비중이 있다는 것, 퇴직 공무원들은 사무실에서 하던 일과 유사한 점이 많아 낚시에 몰두한다는 것 등도 묘사한다.

류재화 옮김. 216쪽. 1만5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