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배우 이선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2014)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생각보다 우리와 인연이 더 깊은데, 그는 한국전쟁에 파병된 군인이기도 했다.
스물다섯의 나이였다.
미 육군 보병 세이모어 번스타인은 전국의 부대를 돌며 100차례 넘는 공연을 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도, 한국인의 호기심 어린 시선 한가운데서도 피아노를 쳤다.
그리고 일기를 남겼다.
휴일에는 카메라를 들고 동네에서 사진을 찍었다.
흰옷을 입은 수줍은 사람들,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한 눈치인 아이들, 조국의 슬픔을 직시하는 노인들…. 그가 찍은 사진에는 1951년의 가난하고 슬픈 한국이 담겼다.
세이모어 번스타인은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그 일기를 한 번도 펴보지 않았다고 한다.
우연히 이선 호크와 영화를 찍다가 펴보고서는 생생하게 적힌 전쟁의 기억과 묘사에 놀랐다고 한다.
이선 호크의 영화 속 이 장면을 본 한국의 영상 제작자가 연락을 해왔고 그의 생애 두 번째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그는 한국전쟁 70년 만에 그날들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일기장을 열어보니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다고 한다.
사진 한 장에 얽힌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기억해냈다.
그는 격정을 누르며 제작진에게 부탁했다.
"정말로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요.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싶어요.
"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당장 미국을 떠나기조차 쉽지 않자, 제작진과 그는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를 기획했다.
세이모어 번스타인은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 프로 연주자, 아흔넷의 할머니까지 참으로 다양한 제자들을 가르친다.
그의 교습은 '마법'과도 같다.
잠시 한 마디, 다정한 목소리만으로 레슨을 받는 제자들은 놀랄 만큼 달라졌다.
다큐멘터리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특별한 수업'은 2019년 제자를 가르치는 뉴욕과 여름 별장인 메인주에서 한가한 노년을 보내며 인생의 가장 큰 숙제, 죽음을 준비하는 그의 일상을 담았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마스터 클래스는 그의 생애 가장 특별한 수업이 될 것이다.
"군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하고, 최전선에서 연주도 했던 곳에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한국은 제 마음속 한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예요.
이제 한국 관객들을 위해 연주합니다.
이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에게 정말 감동적인 일이에요.
"
오늘 밤 9시 50분 방송.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