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 열린 선고 공판…구속 의견 묻자 평정심 잃어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선고에 끝내 울먹인 정경심
"변호인이…저를 대변하면 안 되겠습니까?"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가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 의견을 묻자 끝내 울먹였다.

정 교수는 이날 선고 공판이 열린 2시보다 약 25분 앞선 1시 35분께 변호사들과 함께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흰색 무늬가 새겨진 스카프에 검은 코트를 걸친 정 교수는 "1년이 넘는 재판을 받았는데 심경이 어떤가" "선고를 앞두고 가족들과 무슨 말을 나눴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굳게 입을 닫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법원 출입구 인근은 정 교수가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취재진과 유튜버 등으로 뒤엉켜 혼란을 빚은 상황이었다.

일부 유튜버들은 서로 자리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욕설과 몸싸움을 벌여 현장의 경찰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선고 공판이 열린 311호 중법정은 방청객 수용 인원이 100명에 달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리로 취재진과 전날 방청권 추첨식에서 당첨된 일부 시민 등 20여명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정 교수는 재판 시작 전까지 피고인석에 앉아 긴장된 듯 눈을 질끈 감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따금 옷매무시를 가다듬거나 법정 경위와 대화할 때를 제외하고 정 교수는 변호인과도 말을 섞지 않고 조용히 선고를 기다렸다.

정 교수와 마주 앉은 검찰도 굳은 표정으로 깊은 숨을 뱉으며 재판을 기다렸다.

재판부가 입정해 선고가 시작됐고, 재판장인 임 부장판사는 선고가 1시간 30여분 동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 교수에게 피고인석에서 앉아 판결 내용을 듣도록 했다.

판결 선고는 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3명이 번갈아 가며 혐의별로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낭독했다.

정 교수 측이 치열하게 다퉈온 혐의 중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지만 정 교수는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며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피고인을 징역 4년 및 벌금 5억원에 처한다"는 재판장의 주문을 듣자 정 교수는 충격을 받은 듯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구속에 관한 의견을 묻자 정 교수는 울먹이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고 말했지만, "안 된다"는 재판장의 거절에 결국 고개를 떨궜다.

"피고인 구속 사실을 조국씨에게 통지하면 되겠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정 교수는 나지막이 "예"라고 대답했다.

재구속 사실에 좌절한 듯 잠깐 증인석 책상에 손을 짚고 기댄 정 교수는 법정 경위들의 안내에 따라 구치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법원 밖에서 정 교수를 기다리던 지지자 일부는 유죄 판결 소식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