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의 소신 "근로자에겐 다치지 않는단 확신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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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신중론 펼쳐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 대안 제시
"與, 완벽한 법 만들 책임있다"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 대안 제시
"與, 완벽한 법 만들 책임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거나 중상을 입었을 때 사업주, 경영 책임자, 공무원 등 관련 책임자를 광범위하고 강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정의당과 민주당 내 진보 계열 일부 의원이 이 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호한 의무, 과도한 처벌, 위헌 소지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근로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법안의 정당성에만 함몰돼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양 의원이 총대를 메다시피 했다. 양 의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8년 동안 일반 근로자로 일하다가 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양 의원은 "안전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질 리 없고, 근로자 역시 불안에 떨며 일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근로자에게는 시스템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란 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담당한다.)
"나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해본 사람이다. 반도체 사업장에도 위험요소가 많다. 설계 분석을 하려면 웨이퍼의 보호막을 벗겨내야 하는데 이때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룬다. 제대로 된 지침이 없으면 사고가 일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민주당 내에서 산업 현장을 경험한 내가 제대로 입법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근로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렇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는 안전업무만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 사고 방지가 업무의 목표다. 근로자들도 산업 안전 관련 온·오프라인 교육을 많이 받는다. 일을 안해도 좋으니 안전교육부터 받으라는 게 회사 지침이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법이라는데.
"안전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제품이 제대로 될 일이 없다. 근로자도 불안에 떨며 일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한 시스템이 갖춰지는 게 먼저다. 시스템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확신, 다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근로자에게는 더 중요하다. 지금 사고가 나는 곳을 보면 대부분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업체다."
▶중소기업에 더 가혹한 법이라는 건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가 발생하는 기업의 95%가 300인 미만이고, 76%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비슷한 기업과실치사법이 있는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28개 기업이 해당 법으로 처벌받았다. 모두 중소기업이었고, 이 가운데 58%가 파산했다.
▶'살인기업'은 없어져도 된다고 한다.
"없어져야 하는 것 맞다. 하지만 국가는 기업이 없어지지 않고 안전한 경영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처벌이 아닌 회사의 산재 예방 활동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다."
"위법 행위에 대한 규정이 추상적이다. 처벌 수위가 높고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입법 목적과 달리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존립마저 흔들 수 있다. 영세한 작은 기업들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까지 다 포함된다."
▶법인에 대한 처벌도 논란이다.
"법인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 형사법상 원칙에 어긋난다. 또 영업정지나 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중처벌 문제가 있다."
▶대안이 있나.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를 도입해 사업주가 안전 인증을 받은 업체에 관련 업무를 위탁할 때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방법이 있다. 인증업체는 대통령령으로 자격 조건과 규정을 정하면 된다. 제대로 된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영세업체를 적은 비용을 들여 이용하는 데서 사고가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50인 미만 기업에 법 적용을 4년 유예하도록 한 걸 모든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
▶피해 유가족과 정의당 의원들이 원안 통과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건강이 정말 염려된다. 정의당과 유가족의 절박성을 이해한다. 하지만 법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하자, 하지 말자'에 방점을 둘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완벽한 법을 만들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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