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개선·後해결' 카드 마땅찮아
내년에도 관계개선 쉽지 않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반발이 꼽힌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정치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방일해 제안한 ‘문재인·스가 선언’에도 사실상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는 한국이 일본 기업 압류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를 중단하기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1998년 김대중·노부치 선언도 당시 양국이 오랜 시간 논의하고 서로 큰 양보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단기간에 두 정상이 만난다고 어떤 합의가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제철 등 일본 전범기업 압류자산의 현금화 절차가 진행 중인 것 역시 양국 관계의 또 다른 변수다. 내년 이후 한국 법원의 현금화 절차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양국 모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자국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일본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보복 조치로 △관세 인상 △송금 중단 △금융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초 동맹 가치와 한·미·일 삼각공조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일 양국 관계에도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주선으로 자연스럽게 화해의 실마리가 마련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국 간 기본적인 인식 차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정권 지지율 등 양국의 정치적 상황도 한·일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본 외교가에선 코로나19 대처 미흡으로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한·일 관계 개선이 일본 현지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