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조을선 등 13명 31점 전시
실크스크린·메조틴트 등 기법 다양
켜켜이 접어올린 종이에 시간을 쌓고
가느다란 가로선에 무지갯빛 담고
일반 회화와 다른 현대 판화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성찬이 펼쳐진다.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막되는 ‘서울 프린트클럽 판화 초대전-소중한 선물’이다. 회장인 서 교수를 비롯해 이영애, 정미옥, 이경희, 오영재, 이윤령, 정희경, 황재숙, 임정은, 윤세희, 김광숙, 조을선, 이상은 등 서울프린트클럽 여성 작가 13명이 참신하고 다양한 기법의 현대 판화 31점을 내놨다.
‘과정의 미학’ 담은 판화의 세계
판화는 1980년대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1990년대 이후 저평가돼 온 게 사실이다. 여러 장 찍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판화에 관심을 갖는 20~30대 작가와 관람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을선 작가는 “일반 회화와 달리 판화는 찍혀 나오기까지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며 “그런 과정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했다. 상명대 교수인 이상은 작가는 “같은 작품을 찍어도 결과물이 섬세하게 달라 찍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엔 실크 스크린뿐 아니라 메조틴트, 애쿼틴트, 에칭 애쿼틴트, 드라이포인트, UV프린팅 등 다양한 기법의 판화 작품이 걸렸다. 정희경 작가의 2019년 작품 ‘책방(Librairie)’은 메조틴트 작품이다. 동판을 검게 만든 다음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맞춰 표면을 깎아냈다. 정 작가는 이를 통해 책방에 쌓여 있는 책들의 질감과 종이의 미세한 결까지 표현해냈다. 정 작가는 “메조틴트는 어둠에서 빛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며 “책방 한쪽에 있던 오래된 책 속에 숨겨진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어 가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했다.
다양한 기법 적용된 현대 판화
종이를 켜켜이 쌓아 기억과 시간의 축적을 담아낸 작품도 있다. 조 작가의 ‘시간에 대해 언급하다’ 시리즈(2013~2015)다. 종이를 접어 하나씩 쌓았다. 멀리서 보면 이 종이들의 합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정육면체를 발견할 수 있다. 조 작가는 “신문이 쌓여 있는 걸 우연히 보고 단순히 종이가 쌓여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쌓여 있다’는 걸 깨닫고 작업을 시작했다”며 “그 표면에 나타난 정육면체는 시간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