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방어문서' 각의 결정…'스탠드오프' 미사일 개발 추진
전수방위 원칙 훼손 논란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명기 보류

일본이 지상 배치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중단한데 따른 대안으로 신형 이지스함 2척을 새로 건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상대의 공격 범위 밖에서 쏠 수 있는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 개발을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18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사일 방어에 관한 문서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말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 등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 2기 도입을 추진하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기인 지난 6월 이 계획을 전격 중단하고 대안을 검토해 왔다.

이지스 어쇼어의 미사일 추진체(부스터)가 엉뚱한 곳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기술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게 중단 이유였다.

이후 일본 정부는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호위함)을 추가 도입하는 안과 요격 미사일 발사대 등으로 민간 상선이나 해상구조물을 활용하는 안 등을 놓고 저울질한 끝에 최종적으로 신형 이지스함 건조를 선택했다.

일본 정부는 새로 건조하는 이지스함을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으로 명명하고 운용 주체를 해상자위대로 명기했다.

신형 이지스함의 부가 기능과 설계상 특징 등 상세 내용은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신형 이지스함에는 이지스 어쇼어 용으로 도입하기로 이미 계약해 놓은 레이더(SPY7)와 미사일 발사 장치 등이 그대로 사용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기본설계가 나올 때까지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 하지만 신형 이지스함 2척 도입 비용으로 4천800억엔(약 5조1천억원)~5천억엔(약 5조3천억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민간업체의 추산 결과가 나온 상태다.

이는 애초의 이지스 어쇼어 배치 비용과 비교해 20% 이상의 예산을 더 쓰는 것이어서 일본 내에서 방위 예산 사용의 적정성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 2척 도입과 병행해 상대의 공격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타격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은 내년부터 육상자위대 보유 12식 지대함 유도탄(SSM)을 5년에 걸쳐 개량해 사정을 900㎞ 정도로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자국 침략을 시도하는 함정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스탠드오프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탠드오프 미사일을 지상 발사뿐만 아니라 전투기, 구축함 등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일본 정부의 스탠드오프 미사일 개발 계획은 사실상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력 공격을 당했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사용하고 무력 행사 방식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친다는 전수방위는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분쟁 해결 수단으로 무력 행사와 전쟁을 포기한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제9조에 바탕을 둔 수동적 방위 원칙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미 2018년 책정한 방위계획 대강에 스탠드오프 방어 능력을 확보한다고 명기한 뒤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사거리가 900㎞ 정도인 장거리 순항미사일 2종(JASSM, LRASM)을 탑재하는 보수 작업을 진행하는 등 이 원칙을 깨는 움직임을 계속 보여왔다.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를 연장하면 일본산 첫 스탠드오프 미사일이 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결정한 미사일 방어 문서에 상대 영역에서 일본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선제적으로 공격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하지는 않았다.

다만 억지력 강화 방안을 계속 검토한다는 문구를 넣어 향후의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에 대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를 미루는 형태로 전수방위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면서 장래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 가능한 스탠드오프 공격 능력을 갖추어 놓겠다는 우회정책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말 확정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신형 이지스함 도입 관련 일부 경비 등 미사일 방어 문서를 이행하기 위한 예산을 반영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