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고수하며 외부지원 거부…사회 기강 다잡기 안간힘
[결산 2020] 북한, 코로나·태풍·제재 삼중고…외부와 단절하다
북한은 올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에 더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태풍·폭우로 인한 자연재해까지 삼중고를 겪었다.

지난해 말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 정면돌파전을 대내외에 선언했지만,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와 자연재해는 북한 정권의 이런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북한당국은 열악한 보건환경에서 코로나19가 유입했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인식 아래 경제적 손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한 봉쇄정책을 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노동당 정치국 회의 등을 9차례나 주재하며 "전염병이 들어올 수 있는 모든 통로와 틈을 완전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과민대응을 하며 비정상적인 행태도 보였다.

남북이 인접한 휴전선과 해상에서 강력한 봉쇄와 통제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지난 9월 서해상을 통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남측 공무원을 해상에서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7월 개성 출신 탈북민이 월북하자 무작정 코로나19 유입을 의심하면서 개성시를 완전 봉쇄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월북자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전방 부대 간부들을 처벌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8월 중국 및 러시아와 인접한 국경지역 1∼2㎞ 내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여기에 접근한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 무조건 사살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물품에 의한 감염에도 과도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명줄이라 할 수 있는 대중국 무역에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한국무역협회가 중국해관총서 등을 토대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북-중 무역 규모는 역대 최저치인 16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99.4% 줄어들었다.

1∼10월 누계도 전년 대비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산 2020] 북한, 코로나·태풍·제재 삼중고…외부와 단절하다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펴는 가운데 지난 8월과 9월 닥친 폭우와 태풍은 가뜩이나 피폐한 북한 경제와 민생을 더욱 나락으로 몰아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북한 당국도 4월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정책적 과업을 조정 변경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8월 당 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경제성장 목표 미달을 인정했다.

한 해에만 두 차례 이상 경제계획을 땜질식으로 고쳐야 할 정도로 현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최악의 국면에서도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 의사를 외면한 채 자력갱생의 외길을 고집했다.

김 위원장은 8월 당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들어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결산 2020] 북한, 코로나·태풍·제재 삼중고…외부와 단절하다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 대한 사상 교육과 통제,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8월 방역규정을 어기고 물자를 반입한 간부를 처형하고 10월에는 환율 급등을 이유로 평양 거물급 환전상을 처형했다.

지난 2월과 11월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부정부패와 반사회주의 등을 이유로 김일성고급당학교와 평양의학대학 간부들이 각각 처벌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정치국 회의에서는 '당의 영도체계와 사상사업 강화'를 이유로 노동당 관련 부서 기구를 개편하는가 하면 외부 정보를 '반사회주의 사상문화'로 규정하며 유입·유포를 막는 반동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내년 초 예정된 제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그리 높지 않은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