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베토벤의 250번째 탄생일이다. 12월 17일에 세례를 받았으니 그 하루 전을 생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내내 세계 각지에서 예정됐던 베토벤 기념 공연과 축제, 심포지엄 대부분이 취소된 것은 물론 공연예술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억되게 생겼으니, 정작 악성(樂聖)의 생일을 맞는 기분은 씁쓸하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포부를 다지는 교향곡 9번 ‘합창’(1824)도 올해는 공연장이 아니라 무관객 공연 스트리밍 또는 음반이나 영상물로 만나야 한다. 어쩌면 그런 상황 탓에 ‘어둠 속에서 만나는 한 줄기 빛’의 감동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만백성들이여, 서로 포옹하라! 이 입맞춤은 온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4악장 클라이맥스의 가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서로 어울리며 좋았던 세상의 기억과 의미를 뜨겁게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