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우승으로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아림(25·사진)에겐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천재 골퍼’ 김효주 등 1995년생 동갑내기들이 한국 무대를 휩쓸고 세계로 향할 때도 그는 2부투어를 전전했다.

김아림은 “태극마크를 너무나도 달고 싶었지만 쟁쟁한 또래 친구들에 밀려 그러지 못했다”며 “재능도 부족했고, 골프를 늦게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누구…즐거운 골프 추구하는 '필드의 여전사'
하지만 그는 열두 살 때 처음 잡은 골프채를 놓지 않았다. 중학교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해 260야드 넘게 날아가는 드라이브 샷을 볼 때면 마음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김아림은 꾸준히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유명 교습가인 허석호, 김기환 프로의 가르침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적으로 나타났다. 2018년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거둔 첫 우승에 이어 2019년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원시원한 성격도 그의 장점이다. 김아림의 말끝엔 씩씩한 웃음이 자주 따라붙는다. 별명이 ‘필드 위의 여전사’다. 김아림은 “골프선수를 하지 않았다면 특전사나 학군장교(ROTC)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즐겁게 골프를 하다 보면 기회는 언제든지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아림의 트레이드마크는 175㎝의 장신에서 뿜어내는 장타다.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59.5야드. 실제로는 20야드 안팎을 더 칠 수 있다. 김아림은 “장타는 정타에서 나오기 때문에 70%의 힘으로 친다”고 설명했다.

김아림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클럽 선택이다. 그는 아이언만 미즈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드라이버와 퍼터 등은 컨디션에 따라 적합한 채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 드라이버샤프트도 단종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투어AD DI’를 쓴다. US오픈 출전 직전에 들른 곳도 클럽 피팅센터다.

미즈노 관계자는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아이언 헤드가 모두 닳아 있었다”며 “투어 중에도 센터를 자주 찾아 클럽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고 귀띔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