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공장. 사진 = 연합뉴스
한국GM 부평공장. 사진 = 연합뉴스
한국GM 노조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의 두 번째 찬반투표에 나선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한국GM 협력사들의 절규에 노사가 이견을 좁히고 최종 타결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오는 17~18일에 이틀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과반수가 찬성해야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다. 결과는 이르면 투표 마지막 날인 18일 밤 나올 전망이다.

노사는 지난 10일 제26차 본교섭을 통해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4개월간 진통 끝에 마련된 올해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9일 만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난 1차 잠정합의안을 바탕으로 사측이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임직원 차량구매시 할인율을 높이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본급과 성과급 등의 내용은 기존 내용을 유지하며 지급 시기를 앞당겼다. 1차 잠정합의안에 비해 노조 측 입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전면파업으로 멈춰선 한국GM 부평공장 설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전면파업으로 멈춰선 한국GM 부평공장 설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핵심 쟁점 요소인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등의 요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결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1차 잠정안이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도 고용불안을 느낀 부평2공장 조합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에는 2022년 이후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 노사는 기존에 배정된 트랙스와 말리부 생산을 최대한 연장하고, 신차 배정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내용의 2차 절충안을 마련했다. 신차 배정은 미국 GM 본사의 권한으로, 한국GM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탓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원들은 신차 배정 내용이 빠진 것을 문제 삼아 부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마저 무산될 경우 한국GM 노사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6만대 규모 생산 손실을 입었다. 하반기에는 노조의 부분 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2만5000여대의 손실이 추가됐다.
지난해 9월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가며 입구를 통제한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모습. 사진 = 한국경제신문DB
지난해 9월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가며 입구를 통제한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모습. 사진 = 한국경제신문DB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내수 판매는 물론, 미국 판매가 본격화된 트레일블레이저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지난달 수출은 부분파업 여파에 따른 생산 감소로 54%나 줄었다.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차질 여파에 한국GM 전체 판매도 46% 감소했다.

부품 생산이 끊긴 협력업체 피해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지난달 부평공장 앞에서 유동성 위기로 부도 위기를 맞은 협력업체가 많다며 임단협 조기 타결을 호소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GM 노사는 지난 7월22일 올해 임단협 협상을 시작해 총 26차례 교섭을 가졌다.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지난 10월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고 총 15일간 부분파업도 벌어졌다. 노조는 이번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쟁의 활동을 유보하고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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