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를 입은 일부 기업에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법적 책임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를 계기로 다른 은행들도 피해 기업에 대한 추가 보상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씨티은행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안건을 의결했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 대상 기업 수나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키코는 환율이 정해진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2000년대 수출 중소기업이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던 상품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입 기업은 큰 피해를 봤다.

당초 한국씨티은행은 배상할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2013년 대법원에서 키코가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작년 12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배상 결정안도 사실상 거부했다. 당시 분조위는 한국씨티은행을 포함해 은행 6곳에 대해 피해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나머지 147개 피해 기업에는 분조위 조정안을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권고)을 의뢰했다. 그러나 6개 은행 중 우리은행 한 곳만 조정안을 수용한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키코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업체 중 과거 법원 판결 기준에 비춰 보상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보상을 검토해왔다”며 “법적 책임은 없지만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경제적 지원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