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디지타임스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코드명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불리는 애플의 자율주행차 사업부는 글로벌 완성차에 탑재되는 자율주행차 시스템를 준비 중이며, 내년부터 2025년 사이 애플카의 구체적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를 위해 TSMC와 손을 잡았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맥북 등 PC 신제품에 탑재한 'M1칩'처럼 설계는 애플이 맡고 생산은 TSMC가 담당하는 식으로 자동차용 자율주행 전용 통합 칩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TSMC가 최근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함께 질화갈륨(GaN) 기술을 통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컨버터와 충전기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것도 애플카를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SMC는 자율주행차 칩셋 생산에 적극적이다. TSMC는 자율주행 실용화를 추진 중인 테슬라의 전기차용 반도체 'HW4.0'을 7나노(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을 내년 4분기부터 본격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HW3.0' 등 전 모델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겨 왔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은 자체 자동차인 애플카를 만드는 것보다는 자율주행차 전용 통합칩 개발을 통해 타 완성차 업체에 애플 자율주행 생태계를 공급,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와 함께 애플카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유명 자동차 전자장치 공급업체와 예비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미국에 공장 추가 설립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인공지능(AI) 수석 부사장인 존 지안 안드레아도 최근 애플 프로젝트 타이탄 부서를 총괄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차세대 사업으로 점찍은 자율주행차 사업 동반자로 TSMC를 택하며 양사의 밀월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과 TSMC는 2010년부터 협력을 이어왔다. 현재 TSMC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영국 ARM 설계 기반의 애플이 자체설계한 'A' 시리즈 프로세서 생산의 상당 부분을 맡아 오고 있다.
예컨대 지난 10월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에도 TSMC의 5나노 공정에서 전량 생산된 'A14 바이오닉'이 탑재됐다. A14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용 A13과 같은 헥사(6) 코어 아키텍처를 채택했음에도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A14는 스마트폰 AP 제품군 중 처음으로 기존 7나노가 아닌 최첨단 공정인 5나노 공정에서 제작됐기 때문이다. 회로의 선폭이 미세해질수록 저전력·초소형·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애플은 "A14는 경쟁사 제품에 탑재된 AP 대비 50% 더 빠른 CPU와 GPU를 지원한다"고 했다. 2015년 애플과 TSMC는 당초 올해까지만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내년 공개될 아이폰13(가칭)의 AP 'A15'(가칭)도 TSMC의 강화된 5나노 공정 'N5P'에서 양산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지난달 선보인 직접 개발한 PC용 CPU인 M1칩도 TSMC에게 생산을 맡겼다. M1은 애플이 14년만에 인텔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내놓은 ARM 기반으로 만든 첫 자체 PC용 칩셋으로, 신형 애플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맥미니 등에 탑재됐다.
애플 신제품은 기존 인텔 CPU용으로 개발됐던 기존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쓰지 못하고 윈도 설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등 호환성 문제가 있지만, 성능 자체는 인텔·AMD CPU를 사용한 기존 모델을 뛰어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M1칩의 성능 향상엔 CPU와 GPU, D램 메모리(프로그램 실행 메모리)는 물론 AI가속연산장치(뉴럴코어)를 한 데 모아 데이터 전달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독특한 설계 구조와 함께 인텔 CPU의 10~14나노보다 앞선 TSMC의 5나노 공정 생산 등이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