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한국아트라스BX 흡수합병 작업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제출한 합병계획이 아트라스BX 자사주와 관련한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10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금감원이 합병 증권신고서를 심사한 결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금감원, 한국테크놀로지-아트라스BX 합병 제동…"소액주주 권리 침해 했는지 따져야"
앞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달 30일 전지사업 자회사인 아트라스BX를 흡수합병하기로 하고 신주 발행 등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트라스BX 소액주주 등이 민원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회사 측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정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아트라스BX 소액주주들은 합병 과정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주주인 조현범 사장 등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아트라스BX 최대주주는 31.1%의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다. 나머지 지분은 소액주주(10.4%)와 자사주(58.4%) 등으로 나뉘어 있다. 상장회사의 자사주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아트라스BX를 흡수합병하면서 아트라스BX 자사주에 대해서는 합병 신주를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그대로 놔두면서 합병 신주도 배정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유통주식만 놓고 보면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지분 비율은 3 대 1이다. 그러므로 자사주에 대해서도 최소 25%는 소액주주 몫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 소액주주는 “아트라스BX 시가총액(약 5000억원) 중 대주주가 3750억원, 소액주주는 1250억원을 갖고 있었다”며 “그런데 자사주를 신주 배정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 몫을 500억원어치만 인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행동주의펀드 밸류파트너스의 김봉기 대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아트라스BX 가치의 10%(500억원)만 지급하고 회사 전체를 손에 넣게 됐다”며 “먼저 자사주 소각과 배당정책 강화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뒤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합병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지 않은 건 오히려 기존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며 “금감원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파악한 뒤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반응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이사회에 의장으로 참석했지만 아트라스BX 합병안에 대해서는 기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소액주주 요구를 일부 수용한 합병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합병을 추진했던 SCG에너지(옛 삼광글라스)도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두 차례나 받아 지분가치 평가 기준을 바꾸고 합병 비율을 조정한 끝에 지난달 합병을 완료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