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격동 국제갤러리서 다음 달 31일까지

언어를 오브제로 정치·사회 문제를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미국 '개념미술' 작가 제니 홀저의 작품이 한국에 돌아왔다.

국제갤러리는 10일 종로구 소격동 전시장에서 '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생생한 공상을 하며 사는 게 중요해)를 제목으로 홀저 개인전을 개막했다.

지난 2004년, 2011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홀저의 개인전이다.

홀저는 특히 정치적 이슈를 부각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작업으로 유명하다.

리버럴 성향인 미국 문화예술계 내에서도 대표적인 진보좌파 계열이자 반(反)트럼프 인사 중 하나로 꼽히며, 동성애, 성전환, 총기 규제 등을 옹호해왔다.

이번 전시에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띈다.

형식도 LED 전광판뿐 아니라 회화 작품 등으로 다양화했다.

'뮐러 보고서'를 수채화로…'개념미술가' 제니 홀저 개인전
무엇보다 미국 민주당이 주장했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뮐러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작한 36점의 수채화 작품들이 흥미롭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추문', '궁극의 죄악' 등 제목을 달았는데, 그림을 통해 속뜻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뮐러 보고서는 당시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했던 로버트 뮐러 특별검사가 만든 보고서를 말한다.

당시 특검은 구체적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됐다.

미국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기밀 해제된 정부 문서 내용을 천에 유화를 덧입히는 방식을 통해 추상화로 바꿔놓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홀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자신의 행사에 작품만 보낸 채 오지 못했다.

그는 이날 전시 개막식에 전한 영상 메시지에서 "설치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곳 사람들도 그립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홀저는 '뮐러 보고서'를 제재로 그림을 그리기로 한 배경에 관해선 "뮐러 리포트를 읽고 답답함을 많이 느끼던 차에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위에 회화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뮐러 보고서'를 수채화로…'개념미술가' 제니 홀저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