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독점 시 이용자·운전사에 불리…규제 당국, 예의주시

동남아시아의 '투톱' 앱 기반 경제 플랫폼인 그랩(Grab)과 고젝(Gojek)의 합병설이 나오자 시장 독점에 따른 우려가 제기됐다.

9일 블룸버그통신, CNBC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그랩과 고젝의 합병설이 급부상했다.

두 회사는 본래 승용차·오토바이 승차 공유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음식 배달, 택배, 온라인쇼핑에 이르기까지 앱 하나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확장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2012년에 사업을 시작, 2018년 3월 세계적 승차 공유업체인 우버(Uber)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하면서 동남아 1위 업체로 우뚝 섰다.

고젝은 2010년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베트남·필리핀·태국·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로 진출했고, 투자금이 몰리면서 인도네시아의 첫 데카콘(Decacorn) 기업으로 성장했다.

데카콘 기업은 기업가치 100억 달러(10조8천억 원) 이상의 비상장 벤처기업을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두 회사 관계자들은 "그랩과 고젝이 합병하기 위해 의견 차이를 좁혔다"며 "그랩의 주요 투자자인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양사 고위급들이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앤서니 탄 그랩 CEO가 합병 후 전체 조직을 이끌고, 고젝 임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고젝 브랜드로 사업을 계속 이끌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상장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그랩의 가치는 140억 달러(15조 원) 이상, 고젝의 가치는 100억 달러(10조 8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그랩과 고젝은 합병설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두 회사가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사용자들은 각종 혜택을 받았다.

양사는 차량 이용, 배달 음식 주문 시 금액을 할인해주고 쿠폰을 제공하며 운전기사들의 서비스 품질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그랩과 고젝이 합병하면 시장을 독점, 이용자들에게는 손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양 사가 합병하면 인프라, 기술, 운영,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회사에는 이익이지만, 이용료가 비싸질 수 있고 운전사들에게도 불리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경쟁감독위원회(KPPU)는 "모든 기업의 선택이 시장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인수합병이 그러하다"며 그랩과 고젝의 합병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앱 기반 오토바이 기사 협회 '오졸'(ojol)은 합병을 반대한다며 대규모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