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도권 거리두기 효과 제한적…무증상·잠복감염 넓게 자리"
경기 병상 배정까지 3∼4일 걸리기도…서울엔 '컨테이너 병상' 등장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중심지인 수도권의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병상 부족 사태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확진 판정 후 자택에서 사나흘씩 대기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고, 서울에서는 임시 병상을 사용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대비해 '컨테이너 병상'까지 마련했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일일 신규확진자 총 686명 가운데 수도권의 지역발생 환자는 524명(서울 264명, 경기 214명, 인천 46명)을 기록해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500명대로 올라섰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8월 27일(441명 중 수도권 313명)보다도 200명 이상 많은 것이다.

최근 1주일(12.3∼9)간 상황을 보면 신규 확진자는 총 4천80명에 달해 하루 평균 582.9명꼴로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 일평균 환자 수가 440.3명을 기록해 전체의 75.5%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확산 폭이 더 커지는 양상"이라면서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수도권 내 무증상·잠복 감염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코로나19 중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은 전국에 43개만 남아 가동률이 92%를 넘어섰다.

수도권에 남은 중환자 병상이 12개뿐이다.

일반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는 감염병 전담 병상은 35%인 1천714개가 남아 있고, 전국 23개 생활치료센터도 정원의 41.4%인 1천954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당국의 이런 집계와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병상 부족은 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경우 이날 0시 기준으로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총 282명으로 집계됐는데 사흘가량 대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에서는 신규 환자 대부분 이틀 이내에 병상을 배정받도록 하고 있지만, 중증도 분류와 병상 소독 등 여러 절차에 시간이 걸려 다소 지체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에서는 의료진이 입원 또는 입소 대기자와 하루 한 번 통화해 건강을 체크하는 '홈케어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지만, 감염되지 않은 가족이 확진자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족내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서울에서는 지난 7일 확진된 신규 환자 214명 가운데 당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원·입소 조치가 이뤄진 비율이 3분의 1 수준에 그쳤었다.

서울시는 10일 서울의료원 48개 병상을 시작으로 서울의료원 분원과 서북병원 등 3개 시립병원의 유휴공간에 총 150개의 컨테이너 병상을 만들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신규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활용한 대형 임시병원을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 같은 방식은 신규 확진자가 몇천 명 이상 나올 때를 대비한 것이라면서 우선은 임시병원인 '모듈 병원'이나 '거점형 중환자 전담병원'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수본은 통계청이 제공한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바탕으로 이동량 변동을 분석한 결과 지난 주말(12.5∼6) 주민 이동량은 수도권 2천782만5천건, 비수도권은 2천868만7천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주말(11.28∼29)과 비교하면 수도권은 0.6%(15만5천건) 늘었고, 비수도권은 5%(150만6천건) 감소했다.

다만 거리두기 1.5단계 조정 직전 주말(11.14∼15)에 비해서는 수도권은 22.5%(806만5천건), 비수도권은 24.8%(945만6천건) 각각 줄어든 것이다.

윤 반장은 "수도권의 위기 극복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선 만큼 거리두기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윤 반장은 이어 "수도권 주민들은 감염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또 언제,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스크 착용을 잊지 말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도 최소화해달라"면서 "시설폐쇄나 이용제한 조치는 위험도가 높은 시설과 활동을 우선으로 하지만, 지금은 일상 전반에서 감염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시설도 최대한 이용을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