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전남·경기·충북서 잇단 확진…가금류 농가 초비상
감염원 지목된 철새 도래 64% 증가, 대유행 우려 목소리

가금류 사육 농가를 애먹이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이번 겨울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철새 도래지가 많은 서해안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다가 내륙으로 퍼지는 확산 유형마저 깨져 버렸다.

지난달 27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 농장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경북 상주 산란계 농장, 전남 영남 육용오리 농장, 경기 여주 산란계 농장에서 연속 발생한 데 이어 지난 7일 충북 음성의 메추리 농장에서도 확진됐다.

전남 나주 육용오리 농장과 경기 여주 메추리 농장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전국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AI가 터지는 모양새다.

올해 AI 유행은 예견됐던 일이다.

2018년 3월 음성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이뤄진 철새·분변 검사에서는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된 일이 없다.

그러나 지난 10월 21일 충남 천안 봉강천을 시작으로 강원, 경기, 충남, 전북, 제주에서 철새 또는 분변에서 무려 22건의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금까지는 AI가 발생한 농장 간의 연관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료 운반 차량이나 달걀·육계를 실어 가는 차량이 이들 농장을 경유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그렇다 보니 방역당국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의 분변이 우연히 농장에 유입되면서 AI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달 하순 기준, 작년보다 64% 증가한 95만 마리의 철새가 국내에 도래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AI 대유행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철새로서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전파 양상이 이렇다 보니 AI 전파 매개체로 꼽힐 수밖에 없다.

충북도는 AI 예방을 위한 선제조치로 오리 농가에 보상금을 주고 사육을 일시 중단하는 '겨울철 휴지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음성, 진천은 물론 청주, 충주, 영동 지역 69개 농가가 참여했다.

AI에 감염되면 곧바로 폐사하는 닭과 달리 오리는 갑자기 폐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감염사실을 제때 알아챌 수 없고 바이러스 배출량도 많다는 점에서 감염우려가 큰 겨울철 오리사육 자체를 잠시 접는 것이다.

그러나 오리농장을 통째로 틀어막았다고 안심할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AI가 메추리 농장을 파고들었다.

가금류 농장에 철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시야를 교란하는 레이저와 초음파를 발사하는 독수리 모형의 장비, 카바이드 폭음기까지 보급됐지만 감염원을 차단하지 못한 셈이다.

충북도는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해 농장 울타리·축사 둘레, 진입로와 축사 입구에 생석회를 도포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또 일제 점검을 통해 이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농가에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살처분 때도 보상금을 감액하겠다고 경고했다.

도 관계자는 "철새와 AI 발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철새 도래지 소독과 출입 금지, 방사 사육 금지, 농가 주변 소하천 소독을 당부했다.

AI 바이러스가 징검다리를 건너 큰 하천을 건너듯 곳곳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5∼6마리의 닭·오리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에 대해 미리 살처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AI가 산발적으로 터지고 있지만 확진 농장 주변으로 번지는 '수평전파'가 없는 것은 다행"이라며 "가금류 사육 농가는 출입 차량이나 사람에 대한 소독을 한층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