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집중 상황 즐기며 우월감 느껴…강력한 처벌 필요" 지난 1일 오후 6시 42분 서울 수서고속철(SRT) 수서역 고객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수서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이었다.
승객들을 대피시킨 뒤 경찰 특공대와 탐색견이 오후 9시께까지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없었다.
경찰은 전화를 건 신원미상의 남성을 추적 중이다.
한 달여 전인 10월 24일에도 "수서역을 폭파하겠다"는 허위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범인은 당일 수서역 쓰레기장에서 붙잡혔다.
11월 10일에는 강남구 삼성동의 대형 사무용 빌딩인 아셈타워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112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있던 4천여명이 대피했고, 경찰과 소방, 군 관계자 130여명이 3시간 동안 수색했으나 역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허위신고를 한 남성을 붙잡아 이달 4일 구속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처럼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등의 허위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1년에 4천건가량 발생하는 112 허위신고 사건 중 폭파협박 유형을 따로 집계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최근 3년간 30여건에 달한다.
1∼2개월에 거의 1회꼴이다.
허위신고 대상이 된 시설은 철도역사나 공항, 롯데월드타워 등 다중이용시설은 물론 국회와 같은 국가기관까지 등 다수 인원이 모이는 장소다.
단순 장난전화 등 다른 유형의 허위신고와 달리 폭파 관련 신고는 막대한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
만에 하나 사실이면 큰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당국이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의 112 신고 이력과 말투 등을 종합해 허위신고 여부를 판단하지만 가능성이 의심되면 즉시 소방과 군 폭발물 처리반(EOD) 등이 출동한다"며 "여기에 대공 혐의점이 있으면 국가정보원도 나오게 돼 행정력이 총동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출동하면 해당 시설에서 구석구석 폭발물을 찾느라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시설 운영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인근 시민들까지 불안에 떨어야 해 사회·경제적 손실도 크다.
이 같은 폭파 허위신고는 해당 시설에 대한 불만이나 금전적 보상 요구 등 이유에서 비롯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동기가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올 3월 전주 한옥마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고등학생 A(16)군은 경찰 조사에서 "그냥 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동기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허위 신고의 이면에는 자신의 행위가 큰 관심을 끄는 모습을 지켜보며 만족을 느끼려는 일탈적 욕구가 내재해 있다고 분석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개 현실에서 존재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이런 범죄를 저지른다"며 "경찰 등이 출동하면서 언론과 주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을 즐기며 나름대로 존재감과 왜곡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이는 공권력을 낭비하게 할 뿐 아니라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라며 "실제로 폭발물이 없었다고 해도 가능한 한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