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사모펀드'의 판매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제재가 모두 해를 넘기게 됐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9일 정례회의를 열어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 문제를 심의한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회의에서 과태료 수위에 대한 결론이 나오면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기관 제재 안건과 함께 향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예정이다.
이달 16일에 올해 마지막 금융위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사전 통지 기간 등을 고려하면 16일 회의에 라임 증권사 관련 안건이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절차상 열흘 전 대상 기관에 통보하기 때문에 9일에 증선위 논의가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16일 금융위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및 과태료를, 대신증권에는 반포 WM센터 폐쇄 및 과태료 부과의 제재를 내려달라고 금융위에 건의한 상태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부당하게 권유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의 경우,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를 감춰주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1조 위반)한 잘못도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등 임원들에 대한 중징계(직무정지 또는 문책경고)도 건의했다.
이러한 제재가 확정되면 임원들은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고, 증권사도 영업에 차질을 빚는 만큼 대상자들은 연말까지 징계 수위를 낮추는 방안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 은행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하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연내 개최도 사실상 무산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초 기자들이 제재심 시기를 묻자 "은행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가능하면 12월 중에 시작은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은행들에 대한 검사 및 처리가 지연되면서 애초 계획보다 늦은 내년 상반기에야 제재심이 열릴 수 있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제재심을 열기에 앞서 통상 보름, 늦어도 열흘 전에는 대상 기관에 사전통지서를 보내는데 아직 라임 판매 은행 가운데 통지서를 받은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 가운데 라임 펀드 판매 규모가 특히 큰 곳은 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3곳이다.
이밖에 부산·경남·NH농협·산업·기업은행 등도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현장검사가 마무리된 곳도 있지만 하나은행을 비롯해 아직 검사가 끝나지 않은 곳도 있다.
금감원은 표준검사처리기간(180일 이내에서 금감원장이 정하는 기간) 등을 고려해 검사 절차가 마무리되는 은행부터 내년에 차례로 제재심에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실무 절차가 비슷한 시기에 끝나면 함께 묶어서 제재심에 올리지만, 경우에 따라 분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우선 라임 판매 증권사에 대한 증선위와 금융위 판단을 지켜본 뒤 이를 라임 판매 은행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편 애초 계획됐던 금융기관 종합검사 일정도 일부 내년으로 밀렸다.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검사 수요가 몰린 데다 코로나19로 검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삼성증권에 대한 사전 검사를 시작해 이달 중 마무리하고, 내년 초 종합검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계열사 임원들에게 1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내줘 '불법 대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가급적 빨리 (검사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엄정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증권이 입주한 삼성 서초사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나오면서 검사 일정이 다소 연기됐다.
삼성증권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고객 정보를 삼성물산과 공유하고 제일모직 자문사를 맡은 사실을 숨긴 채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찬성 의결권을 위임받는 등 이해상충 행위를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종합검사에서 제기된 의혹들과 함께 삼성증권의 업무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